[the L리포트][변호사 취업난] ② "변호사 진로 다양화", "계약직 아닌 정규직 공무원 원해"


직업의 선택은 개인의 자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출신의 9급 공무원시험 응시 사례가 회자된 이유는 그만큼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소식을 접한 변호사들의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유스트)는 "법률시장은 성장이 정체된 반면 매년 신규 배출되는 변호사의 숫자는 변동이 없다"며 "40대 변호사의 공무원 시험 응시는 어려워진 법률시장의 현실을 알 수 있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9급 정규직 공무원 시험에 변호사 응시
정현우 변호사(법률사무소 현율)는 "변호사가 9급 공무원 시험을 봤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논란이 야기될만큼 그간 변호사직역은 마치 다른 직업과는 차별된 고차원의 직업으로 인식돼 왔다"면서 "로스쿨의 도입과 함께 변호사 직역도 과거와 위상이 달라졌고, 변호사들도 취업난과 영업난에 시달릴만큼 경쟁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이 일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굳이 정규직 9급 공무원을 선택한 사연이 있지 않을까 궁금해 하는 분위기였다. 현재 공기업 등에서 변호사를 뽑는다는 공고는 주로 6급와 7급이다. 물론 계약직이긴 하지만 소위 '급수가 깡패'라는 공무원 사회에서는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다만 9급 공채는 정규직이기 때문에 안정적일 수 있다. 어느 쪽이 낫다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계약직' 말고 '정규직 장기 근무' 원하지만 자리 부족
현재 변호사를 채용하고 있는 지자체나 협회 등 기관에서 기존 관행대로 '계약직'으로만 뽑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변호사들이 월급쟁이로 적응하지 못해 짧은 기간 안에 사직하고 개업에 나서던 과거 관례 때문에 지금도 변호사로 조직에 들어가면 '금방 나갈 사람'으로 인식하는 곳이 많다.
그러나 변호사 2만명 시대를 맞아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일반 회사원, 공무원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이 많은 반면 그런 자리는 극히 제한돼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변호사들은 안정적인 사내 변호사를 꿈구지만 그런 자리는 대기업 정도에서만 볼 수 있다. 대부분 변호사를 극소수로 뽑는 중소기업이나 협회, 지자체 등은 2년 정도의 단기 계약직으로 뽑고 있다. 이런 자리는 결국 재계약 보장여부도 문제지만 승진이나 연봉체계가 달라 안정적 일자리가 될 수 없다.
고스펙 변호사도 세무서 근무하는 이례적 사례도 나와
얼마전 60년대생인 행시와 사시출신 변호사가 서울 일선 세무서 7급 채용에 합격해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변호사 업계의 불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지만 한편으로 그만큼 변호사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기회가 늘어난다는 신호를 준 사례다.
전에는 변호사가 갈 자리가 아니라는 인식이 있던 일선 세무서나 관공서에도 변호사가 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것이다. 개업시장도 어렵기 때문에 관공서 등을 선호하는 변호사들이 적지 않다.
독자들의 PICK!
이에 대해 박건령 변호사(법무법인 아테나)는 "로스쿨 도입 취지가 다양한 인재를 법조시장에 끌어들이자는 것이었고 정부부처에 다양한 인재로 변호사가 들어가면 긍정적인 것"이라며 "취업난은 항상 있는 것이고 변호사가 늘어나 어려움이 더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전관 출신 아닌 변호사 같은 경우 개업하면 정부 부처에 들어가 경력을 만들고 개업하는 게 더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사시 출신 변호사를 로스쿨 출신 변호사로 오보…법조계 분열 조장 우려
그렇다면 이 사실이 어떻게 언론에 알려지게 됐을까. 변호사가 9급 공무원 지원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곳은 해당 지자체다. 이 지자체에서는 변호사 자격증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서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에 질의를 했고 그 과정에서 정보가 흘러나갔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최초 보도한 언론의 성격을 생각해 봤을 때 대한변협 쪽이 유력하다. 그러나 강신업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해당 내용은 알고 있지만 변호사의 신상에 관련된 것은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부인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의 추가 취재에 따르면 해당 A 변호사는 로스쿨 출신이 아닌 연수원 출신으로 사법시험 합격자다. A씨는 "변호사 시장이 어렵고 향후 더 악화될 것 같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것"이라며 "개인의 선택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짧은 기간 준비로는 7급도 쉽지 않은데 수험공부에 대한 사정을 모르는 이들이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에 대해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은 지난 14일 성명서를 내고 "9급 공무원 응시 변호사 보도 관련해 신상확인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전제로 한 뉴스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법협은 지난 15일 추가 성명서를 통해 "최초 기사를 쓴 '법률신문'과, 대한변협에 대해 경위 설명과 명백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면서 "명확한 경위 설명과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정정보도 청구 및 법적 조치 등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현우 변호사는 "이 문제가 마치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실력이 없어 9급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식으로 알려지게 되면서 논란이 발생한 것으로 이런 허위사실이 퍼지게 된 경위에 대해는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가 보장되기 때문에 변호사의 공무원 시험 응시 자체에 대해서 개인 또는 집단이 이를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며 다만 해당 사례가 법조계 분열을 조장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기사는 더엘(the L)에 표출된 기사로 the L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다면? ☞ 머니투데이더엘(the L) 웹페이지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