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지원인·유사직역 해결 '요원'…변호사취업난 가중 불보듯

준법지원인·유사직역 해결 '요원'…변호사취업난 가중 불보듯

유동주 기자
2016.07.20 15:30

[the L리포트][변호사 취업난] ③ 사시존치, 변호사 공급 축소에 올인한 변협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조타운 모습./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조타운 모습./사진=뉴스1

변호사 취업난이 가속화되고 있어 업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변호사시험 5회에 합격한 이들은 실무수습을 받고 11월경 변호사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아직 지난해 11월부터 변호사 개업이 가능했던 4회 합격자들도 일자리를 찾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정은 사법연수원 출신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모 인터넷업체에서 변호사 채용공고를 내자 20여명의 지원자 중 3분의 2정도가 변시출신이었고 나머지는 최근 수료한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들이었다.

해가 갈수록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지고 초임이 낮아지고 있다는 게 변호사들의 얘기다. 변호사업계에선 로스쿨 도입시 공공기관·기업 등에 변호사가 일할 자리를 만드는 게 사회적 약속이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런데 변호사 공급보다 수요가 느는 속도가 너무 더디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변호사 배출이 연 50%이상 늘어났음에도 이에 대한 법조시장 확대나 관련 대책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게 실효성을 갖지 못한 채 표류하는 준법지원인 제도와 해법이 안 보이는 유사 직역 통합문제다.

◇표류하는 준법지원인제…'벌칙'규정 있어야

준법지원인은 애초 변호사들이 중견 기업의 준법 경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자는 의도에서 시작됐으나 현재 유명무실한 상태다. 기업들이 관련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 등을 봅아 준법지원인을 갖춰야 하지만 지키지 않아도 처벌규정이 없어 기업들은 인건비 핑계를 대며 뽑지 않고 있다. 준법경영이라는 제도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상법상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인 상장회사는 1명 이상의 준법지원인을 둬야 하지만 현재 절반 이상의 해당 기업은 지키지 않고 있다. 기업들도 제재를 받지도 않고 마땅한 유인책도 없어서 굳이 변호사를 채용해 준법지원인제를 지키려는 태도를 보이진 않고 있다. 최근 벤처 스타트업들도 변호사를 뽑고 있음에도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의 중견 상장사가 고비용을 이유로 변호사 채용을 꺼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준법지원인 제도는 상장사 경영진이나 임직원이 정해진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회사경영을 적정하게 수행하는지 감시해 이사회에 보고하는 역할의 직책을 두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상법상 자산 5000억원 이상 대기업 집단에 속한 회사는 변호사 혹은 감사·법무담당부서 5년 혹은 10년이상 근무자 등을 준법지원인으로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지난해 금융감독원과 상장회사협의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신세계, 동부,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 한진중공업 등 상호출자제한을 받는 대기업 들도 준법지원인을 두지 않았다. 한국전력공사, 한전KPS와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상장된 공기업도 상당수 준법지원인 제도를 따르지 않고 있었다. 대형 IT기업인 네오위즈게임즈, 다음카카오, 아이마켓코리아 등도 준법지원인을 선임하지 않았다. 반면 삼성, SK, LS, 현대중공업 등의 계열사들은 준법지원인 선임률이 높아 제도를 준수하고 있었다.

◇뽑아 본 회사만 더 뽑고…안 뽑는 회사는 계속 안 뽑아

현재 변호사 취업시장은 과거와 달리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중견기업도 대리·과장급 직위로 채용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큰 돈이 소요되지 않는 셈이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기업들은 법조인을 회사내에 두는 것을 부담으로 여기는 경향이 아직도 남아 있다. 대기업들은 과거보다 변호사 채용을 대폭 늘리는 추세다.

특히 송무업무를 담당하는 법무팀 외에 일반직 사원도 변호사를 채용하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과거보다 처우는 상당히 낮아졌지만 변호사 취업기회를 확대하는 차원에선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그런데 변호사를 뽑으면 기업내에 적응하지 못하고 기업내 부당한 일이나 사내 비밀을 외부에 알리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과도한 우려까지 하는 경영인도 일부 있다. 다시 말해 변호사를 채용해 본 곳은 채용을 늘리기 시작했지만 뽑지 않았던 곳들은 아예 채용의사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갈등많은 유사직역 통합…장기 과제로 남아

변호사업계는 로스쿨 도입시 전제조건으로 유사직역 통합을 요구했다. 그런데 로스쿨 도입은 예정대로 2009년 이뤄졌지만 동시에 이뤄질 것으로 보였던 유사직역 통합은 각 직역간의 이해다툼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다.

로스쿨 제도 취지 중 하나가 유사직역을 통합해서 변호사로 일원화된 법률서비스를 하자는 것었지만 기존 법무사·변리사·세무사 업계 등과의 이해조정이 쉽지 않다.

크게는 신규 유사자격 발급을 줄이고 기존 자격자들의 보호를 위해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체로 동의한다. 그러나 각 직역 이기주의로 서로 이익은 포기하지 않고 손해는 절대 보지 않겠다는 주장만 하고 있어 해법이 나오질 않는다. 주고 받는 이해조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 중견 변호사는 "장기적으로는 유사 직역을 없애고 변호사로 통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변호사가 늘어나는 문제가 있더라도 점진적 개선을 목표로 줄 것은 주고 해결할 것은 해결해야 문제가 풀릴 것"이라 조언했다.

현재처럼 각 직역단체가 직역 보호만을 외친다면 지난해 말 변협과 변리사협회가 맞붙었던 변리사법 개정안 논란 같은 상황만 재현될 수 있다. 당시 변리사의 특허소송 공동대리권은 불발되고 변호사의 자동 변리사자격증 부여가 없어지고 실무수습 의무부과가 국회를 통과해 양 단체는 서로 불만족스러움을 표시했다.

한편으론 변협은 공동대리권을 막아냈다고, 변리사협회는 신규 변호사의 자동 변리사자격 부여를 막고 실무수습 의무부과를 이뤄냈다며 소속 회원들에게는 협회가 제 할일 다했음을 홍보하기도 했다. 이 문제는 실무수습의 구체적 내용을 담을 시행령을 두고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변협, 사시존치 '올인'…비현실적 변호사 공급 축소에만 매달려

로스쿨을 통한 연 변호사 배출수 증가는 이미 십 여년 전 사회적 합의로 결론에 이른 결과다. 시민단체 등에선 아직도 오히려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와 로스쿨 확대를 통한 변호사 추가배출도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1500명 수준의 변호사 배출은 당분간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런데 변협은 사법시험 존치를 통한 변호사 배출 축소에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사시 혹은 판검사 임용시험을 통한 200명과 800명의 변호사시험을 통한 변호사를 뽑아 로스쿨 도입 이전처럼 연 1000명 수준으로 되돌아가자는 게 변협의 주장이다.

당장 법조시장의 규모가 커지기는 어렵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기존 변호사 회원들의 이익을 위해 신규 배출을 줄이자는 게 변협의 계산이다. 하창우 협회장이 선출되면서 내건 가장 큰 공약도 바로 사시존치 등을 통한 변호사배출 축소였다.

이런 변협의 주장은 로스쿨로 변호사 배출을 늘리자는 사회적 합의를 뒤집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어떤 명분을 대더라도 당분간 국민적 지지를 받거나 실제 이뤄지기는 어렵다. 변협은 총력전을 펼치며 사시존치 혹은 변호사 배출 축소가 살 길이라는 입장에 있다. 하지만 시장확대가 어렵기 때문에 자격증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법률서비스 수요자인 일반 국민들에겐 설득력을 갖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법조시장이나 변호사 취업 확대 노력이 어렵더라도 먼저 선행돼야 하는데 자격증 배출을 줄이는 쉬운 방법으로 가려는 변협의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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