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집 앞서 기다리는 男…결혼해도 될까요

매일 집 앞서 기다리는 男…결혼해도 될까요

조혜정 변호사
2016.08.03 08:15

[the L][조혜정의 사랑과 전쟁 ]

Q. 지금 사귀는 남자와 결혼을 해도 될지 고민이에요. 5개월 전 인터넷 친목카페에서 지금의 남자친구를 알게 됐는데 처음 쪽지가 온 날부터 두 달간 계속 저한테 만나자고 해서 석 달 전 처음 만나게 됐습니다. 처음 만난 날 남자친구는 바로 사귀자고 하더니, 1주일 후부터 결혼하자고 했어요. 남자친구는 미혼이고 저는 이혼한 경력이 있는 데다 서로 종교가 달라 결혼하기엔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저는 만나지 않겠다고 했지요.

그 때부터 남자친구는 제가 없으면 도저히 살 수가 없다며 적극적으로 대시를 해왔어요. 한 달 전부터는 매일 집 앞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아침에 헬스장에 가려다가 남자친구가 차 안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한 적도 있고, 오후에 일하러 나가는데 집 앞에 서 있어서 깜짝 놀란 적도 있어요. 전에 사귀던 남자들은 있지만 아무도 이렇게 저를 좋아해준 적은 없었어요. 그래서 만나기 시작했고, 빨리 결혼하고 싶어해서 얼마 전 양가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어렵게 결혼허락을 받았어요.

이제 결혼식 일정 잡는 것만 남았는데, 시간이 좀 지나면서 보니 남자친구가 성격이 급하다는 단점이 있네요. 식당에 갔다가 우리보다 약간 늦게 온 사람들한테 먼저 식사를 갔다줬다고 소리를 지르면서 나오기도 하고 마트에서 할인을 안해준다고 사람들 많은 데서 화를 낸 적도 있어요. 이런 면을 몇 번 보다보니 이 사람과 결혼을 해도 괜찮을까 하는 우려가 생기네요. 헤어지자니 이만큼 날 좋아해주는 사람을 못 만날 거 같은데 결혼해 남자친구의 급한 성격을 고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 지금 와서 결혼을 못하겠다고 하기는 망설여지고 도대체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A. 제 머릿속에 바로 빨간 경고등이 켜지네요. 남자친구를 직접 만나보지 않았고 두 분의 만남과정을 자세히 알진 못하지만 남자친구는 '절대' 결혼을 해서는 안되는 유형의 남자에 속하는 게 거의 확실해요. 그러니 양가 부모님 허락을 다 받고 결혼식 날짜만 잡으면 되는 단계까지 왔다고 해도, 아니 설령 청첩장까지 다 돌리고 1주일 뒤 결혼식이라고 해도 지금이라도 결혼 못한다고 하는 게 백 번 옳습니다. 10년 넘는 이혼소송 경험으로 미뤄보건대 남자친구는 결혼 전 집요하게 구애해 일단 결혼에 골인하면 그 때부터 순식간에 폭군으로 변할 가능성이 매우 큰 사람이기 때문이예요.

이런 유형의 남자들과의 결혼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단계가 있어요. 1단계 첫 눈에 사랑에 빠져서 만나자마자 사귀자고 한다. 2단계 데이트 시작한 지 며칠 만에 청혼한다. 3단계 상대가 결혼을 거부하면 결혼을 허락할 때까지 집요하게 구애한다. 4단계 일단 결혼허락을 받으면 바로 혼인신고부터 하거나 결혼식을 한다.(보통 만남에서 결혼까지 2~3개월 정도 걸림) 5단계 결혼 직후 혹은 결혼 직전부터 폭행, 폭언이 시작되는데 초기에는 폭행 후 눈물 흘리면서 용서를 빈다. 6단계 시간이 흐르면서 폭행수위가 올라가고 경찰을 불러야 제압이 되는 상태가 된다. 7단계 결혼생활 지속이 도저히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이혼한다. 이런 식의 과정을 거쳐 결혼 후 빠르면 몇 개월, 늦으면 몇 년 안에 결혼이 파탄나는 걸 저는 적지 않게 봤답니다. 선생님은 현재 3단계에 있는 셈이구요.

대부분 이런 남자들에게는 편집증, 강박증, 분노조절장애가 있어 결혼 전부터 조금씩 그런 징후가 나타나지요. 매일 집 앞에서 기다리는 집요함도 사실은 이런 편집증이나 강박증에서 비롯되는 건데 많은 여자분들이 이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해요. 결혼 전까지 최대한 자제하기는 하는데 그래도 본성은 숨길 수가 없어서 선생님 남자친구처럼 식당같은 공공장소에서 3자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자제력이 약한 경우에는 결혼 전부터 상대방에게 화를 내거나 폭행하기도 하고요. 이런 징후가 있는데도 결혼한 이유를 물어보면 하나같이 '그 사람이 나를 정말 사랑하는 줄 알았다. 그게 집착인 줄은 몰랐다'고 대답하지요. 왜 그걸 구별을 못하셨는지 정말 안타까와요.

여기까지 얘기하면 선생님은 '사람은 변하는 거 아니냐. 사랑으로 그 사람을 변화시키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고 싶으실 거예요. 드물기는 하지만 사랑 혹은 시련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저도 부정하진 않아요. 하지만 거기에도 적어도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답니다. 첫째는 상대방의 문제점이 병적인 수준에 이르지 않는 정도여야 해요. 제가 정신과의사는 아니지만 한 달간 밤낮없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라면 병적인 수준의 집착인 것 같네요. 병적인 집착은 의사도 고치기 어렵다는 거, 기억해두세요. 둘째는 상대방의 문제가 병적인 수준이 아니더라도 상대를 변화시키려면 본인에게 그럴 만한 능력과 기술이 있어야 되요. 사자도 길들일 수는 있지만, 그건 아무나 하는 건 아니잖아요. 맹수조련사만 할 수 있는 일이지요. 내가 과연 맹수를 조련할 능력과 기술을 갖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남자친구가 나를 이렇게 사랑하고 부모님 허락까지 받았는데 어떻게 여기서 결혼결정을 뒤집느냐, 이런 생각이 드실 수 있어요. 저의 어설픈 단계론에 따르면 선생님은 현재 3단계에 있고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최종 단계까지 갈 수도 있어요. 아무쪼록 현명한 결정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조혜정 변호사는 1967년에 태어나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언론에 칼럼 기고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한변협 인증 가사·이혼 전문변호사로 16년째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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