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난' 의사 남편, 이혼소장 보내온다면…

'바람 난' 의사 남편, 이혼소장 보내온다면…

조혜정 변호사
2016.08.10 09:48

[the L][조혜정의 사랑과 전쟁]

Q.며칠 전 남편이 보낸 이혼소장을 받고 어찌 해야할지 몰라 질문을 드립니다. 저희는 결혼 15년 차의 부부인데, 남편은 성형외과를 운영하고 저는 결혼후 전업주부로 살아왔어요. 살면서 이런저런 문제가 있긴 했지만 잘 넘겼는데 이번은 다른 거 같아요.

문제의 발단은 6개월 전 제가 우연히 남편이 운영하는 성형외과의 직원과 외도를 한다는 걸 발견한 것이예요. 외도사실을 발견하기 얼마 전부터 갑자기 남편이 저에게 '그만 당신을 해방시켜주고 싶다'고 하면서 이혼하는 게 어떠냐고 해서 약간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남편이 젊은 여직원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던 거예요. 남편은 저와 이혼하고 그 여직원이랑 재혼할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후 전 당연히 남편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추궁하고 화를 내면서 몇 대 때리기도 하고 늦게 들어오면 감시전화도 많이 하고 그랬지요. 부부싸움도 많이 했고요. 들키고 나서 처음에는 남편이 잘못했다고 하고 다시는 안 만나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남편은 여전히 그 여직원과의 관계를 끊지 못하는 눈치여서 저는 궁여지책으로 그 여직원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했어요. 그렇게라도 해서 남편을 가정으로 돌아오게 하고 싶었거든요. 그러자 남편은 그 소송을 취하하지 않으면 저한테 이혼소송을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설마 그 여직원 때문에 저한테 이혼소송을 할까 싶어서 못 들은 척 했지요.

그랬더니 남편이 정말 저한테 이혼소장을 보낸 거예요. 소장에 자기가 바람피운 얘기는 쏙 빼고 제가 자기한테 화내고 폭행하고 자기 행동을 일일이 감시하는 의부증이 있어서 이혼청구를 한다고 썼더라고요. 남편이 진짜로 이혼소장을 보낼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어찌 이럴 수가 있을까요? 남편한테 이혼소장을 받고 기가 막히긴 하지만 그래도 전 아직 남편을 포기하고 싶진 않네요. 어떻게 해야 남편이 이혼소송을 포기하고 그 여자와의 관계를 끊고 가정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도통 모르겠어요.

A.많이 놀라셨겠어요.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으셨겠죠. 하지만 선생님만의 불행은 아니랍니다. 요즘엔 외도한 배우자가 먼저 이혼소송을 거는 일이 그리 드물지 않거든요. 간통죄가 폐지될 만큼 사회가 변하니까 그 안에 살고 있는 개인들도 그런 변화의 영향을 받더라고요. 외도를 한 당사자가 별로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외도한 사람에 대한 사회적 비난의 강도도 많이 약해진 거 같아요. 전에는 배우자의 처분만 기다렸을 외도 당사자들이 '불행해서 못 살겠다'면서 먼저 이혼소장을 보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답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본인이 당사자가 되어 직접 이런 상황을 겪기 전까지는 이런 변화를 잘 모르고 살다가 갑자기 배우자의 이혼소장을 받고 일종의 '문화 충격'을 받아 우왕좌왕하는 분들이 많아요. 선생님도 그런 상황 속에 계시니까 우선 외도로 인한 이혼의 과정 중에서 전형적으로 일어나는 일반인의 상식과는 다른 면들을 알려드릴게요.

첫째, 배우자의 외도 상대방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은 외도 당사자가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하는 것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외도 상대방에 대한 위자료청구를 하는 분들의 생각은 대체로 이래요. '가정을 지켜야 하니 내 남편은 용서해주지만 그 여자는 혼내주고 싶다', '두 사람이 관계를 못 끊으니 소송이라도 해서 관계를 정리시키자'는 거지요. 하지만, 위자료청구 과정에서 부부의 관계가 회복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오히려 부부의 관계를 악화시켜 이혼하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전 외도 상대방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을 해달라는 분들한테 그 결과 이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시켜드려요.

둘째, 선생님의 남편은 조만간 집을 나가고 생활비도 끊을 가능성이 있어요. 집을 나가는 이유는 한 집에 살면서 이혼소송을 하자니 심적으로 불편하고, 이혼소송 중 한 집에 살면서 '부부관계가 파탄나서 이혼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게 말이 안되기 때문이예요. 생활비를 끊는 이유는 더 이상 애정이 없는 아내에게 돈을 주기 싫고, 경제적 어려움을 줘서 상대방에게 심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싶기 때문이예요. '마음이 가는 곳에 돈이 간다'는 게 진리랍니다. 양심이 바른 분들은 집을 나가서도 생활비 혹은 (생활비보다는 적은) 양육비를 계속 주긴 하는데, 슬프게도 이런 분들이 그리 많지 않더라고요. 이런 사태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생각을 해두셔야 해요.

셋째, 시부모님은 선생님께 도움이 되지 않을 거예요. 요즘 시부모님들이 대부분 '너희 부부의 일은 너희가 알아서 해라'는 무개입주의 태도를 취하시더라고요. 시부모님이 개입을 하신다고 해도 처음에는 바람피운 아들을 나무라고 며느리 편을 들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시부모님의 태도가 변할 가능성이 높답니다. 아들이 '외도는 별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내 처가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 아느냐'면서 계속 며느리의 흉을 보면 시부모님의 생각은 아들 편으로 기울게 되어 있어요. 팔은 안으로 굽지 절대 밖으로 굽지 않아요. 그러니 시부모님을 움직여서 남편을 돌아오게 하겠다는 기대는 안 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넷째, 일단 남편이 이혼소송까지 제기한 이상 선생님과 남편의 관계가 다시 옛날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 슬프지만 말씀드릴 수밖에 없네요. 많은 분들이 선생님과 같은 상황에서 초기에는 남편이 어느 순간 자기 잘못을 뉘우치면서 소송을 취하하고 가정으로 돌아와주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가져요.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오는 감동적인 회개와 재결합의 장면인데 안타깝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찾기 힘들어요. 외도 후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부부 양쪽이 모두 의지가 있어도 아주 어려운 과정인데, 외도 당사자가 작정하고 이혼청구까지 했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는 거지요. 이혼소송에서 이혼 판결이 나지 않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부부의 관계가 회복되는 경우는 거의 없답니다.

하나같이 예전의 가정으로 돌아가고 싶은 선생님의 바람과는 반대되는 얘기들뿐이네요. 좀 가혹하다 싶지만 이런 면들을 알려드리는 이유는 선생님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지금부터 일어날 일들 때문에 너무 충격받지 마시란 뜻이에요. 그래야 이 힘든 과정을 잘 겪어내실 수 있을 테니까요. 이혼소송에 관한 구체적인 얘기는 다음으로 넘길게요.

조혜정 변호사는 1967년에 태어나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언론에 칼럼 기고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한변협 인증 가사·이혼 전문변호사로 16년째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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