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조혜정의 사랑과 전쟁]② 소송진행에 대한 주의사항

Q. 지난 번 제 질문에 대한 변호사님의 답변을 보고 마음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잘못은 바람피운 남편이 한 거고 저는 그저 남편을 가정으로 돌아오게 하고 싶을 뿐인데 그게 정말 어렵다는 거군요.
남편은 변호사님 답변대로 곧 집을 나갈 거 같긴 해요. 매일같이 '너랑은 못 산다'면서 저만 보면 온갖 악담을 쏟아내고 있거든요. 더는 그 말에 상처받거나 화가 나진 않고 남편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을 거 같아서 절망스러울 뿐이예요.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그래도 저는 마지막 노력을 해보고 싶고 아직은 포기하고 싶지 않네요. 서류상으로라도 부부로 묶여있어야 남편이 그 여자랑 헤어지게 되면 가정으로 돌아오지 않을까요? 아이들한테도 아빠가 필요하고요. 그래서 저는 남편이 원하는 대로 이혼해주지 않고 이혼 소송에서 이기고 싶습니다. 제가 이기기 위해 알아야 할 건 뭔지 알려주세요.
A. 방향을 결정하셨으니 선생님의 결정을 실행하는 데 도움이 될 조언을 몇 가지 드리겠습니다.
먼저 소송이 상당히 오래 걸릴 수도 있으니 오랜 기간 지치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시란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제 경험으로 보면 이혼사건의 경우 법원은 가능한 판결을 하지 않고 조정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이혼을 하는 쪽이 됐든 하지 않는 쪽이 됐든 당사자 간의 합의로 결론을 내는 게 후유증이 적다고 보는 거지요.
그래서 소송 진행과정에서 여러 차례 합의시도를 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시간이 많이 흘러가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다 거쳐 끝까지 조정이 되지 않으면 그 때 판결을 하게 되는데 서울가정법원은 판결까지 가려면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하루 빨리 결론을 내고 싶으시겠지만 판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니 느긋하게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둘째, 소송 진행과정에서 법원의 조정위원이나 판사님으로부터 관계회복이 불가능한 거 같으니 그만 정리를 하는 게 어떠냐는 권유를 받을 수 있으니 이 점을 기억해 두세요. 법원으로부터 이런 권유를 받으면 당사자들은 법원이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굉장히 실망하거나 이혼하라는 판결이 나오는 건 아닌가 해서 걱정을 많이 하게 됩니다. 법원에서 이런 권유를 하는 이유는 부부관계의 회복이 어려운 걸로 보이는 경우에는 관계를 정리하고 각자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게 낫지 않나 하는 것일 뿐이지, 특별히 남편의 편을 들기 때문은 아니니까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판결까지 가는 과정에서 거치는 통과의례일 뿐이니 지나치게 마음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이혼할 생각이 없다면 법원의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셋째, 아직까지 우리나라 대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부부관계를 회복할 생각은 안 하고 '누구 좋으라고 이혼해 주냐'는 식의 오기와 보복적인 감정 때문에 이혼을 거부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이혼 판결을 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니까 오기나 보복적인 감정으로 이혼을 거부한다고 해석될 수 있는 언행은 되도록 안 해야 합니다. 소송과정에서 남편이 외도 때문에 이혼을 하려한다는 점은 명확히 지적을 하되, 남편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은 자제하시길 권합니다. '바람 피운 거 말고도 문제가 정말 많은 사람이다'라는 식으로 남편을 공격하게 되면 3자는 '그렇다면 왜 그렇게 문제가 많은 사람과 이혼을 안 하려고 하냐.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니냐'하는 의문을 갖게 된답니다. 남편의 이혼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받으려면 분노는 잠시 접어두고 냉정을 유지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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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남편이 집을 나가고 생활비를 끊을 경우 부양료청구를 하시면 최소생활비는 받을 수 있으니까 이 부분은 적극적으로 활용하세요. 유책배우자가 제기한 이혼소송에서 법원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유책배우자가 상대방 배우자와 자녀들에 대한 부양을 제대로 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선생님이 부양료청구를 하게 되면 남편은 소송에서 불리하지 않으려고 생활비를 주게 될 겁니다. 생활비 청구를 하면 남편의 마음을 돌리는 데 지장이 있지 않을까 해서 망설이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보기엔 대세에 지장없습니다. 생활비 청구를 안 한다고 해서 남편의 마음이 돌아오지는 않더라고요. 하루 이틀에 끝날 상황이 아니니까 받을 건 받도록 하세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기각된다'는 원칙이 말은 쉬운데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당사자의 마음고생은 참으로 만만치 않더라고요. 그 길이 생각보다 길고 험하니까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남편의 이혼청구를 기각시킨다고 해도 남편의 마음까지 돌릴 순 없다는 점 미리 말씀드려요. 이제 선생님의 인생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거고 다시 옛날로 돌아가긴 어렵다는 점 기억하시길. 정신적, 경제적인 독립이 필요하니 이제부터 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용기를 내시길 바랍니다.

조혜정 변호사는 1967년에 태어나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언론에 칼럼 기고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한변협 인증 가사·이혼 전문변호사로 16년째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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