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3)12시간여만에 정리수순, "朴 대통령 퇴진" 역대 최대 시위에도 큰 충돌 없어

'최순실 사태'에 성난 민심이 거리로 쏟아졌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 할만한 100만 시위대가 몰렸지만 본 행사 마무리까지 큰 충돌 없이 평화시위 분위기가 이어졌다.
분노는 컸지만 절제력이 빛났다. 무질서한 화풀이 대신 평화롭지만 강한 목소리가 서울 도심을 메웠다.
"청와대 방향 행진을 금지한 경찰의 판단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으로 시민들은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1㎞ 안쪽 내자동 로터리까지 행진을 했다. 경찰이 내자동 로터리에서 청와대 방향 효자동 길을 막았지만 일부 몸싸움과 충돌을 제외하면 대규모 폭력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13일 오전 0시5분 현재 약 5000여명(경찰 추산) 시위대가 남아 내자동 로터리에서 경찰과 대치 중이지만 큰 충돌은 없는 상태다.
12일 민중총궐기 투쟁본부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백남기·한상균과 함께 민중의 대반격을! 박근혜 정권 퇴진! 2016 민중총궐기'(민중총궐기)에 참여한 시민은 오후 7시30분 기준 100만명을 넘어섰다.
연인원을 빼고 참석자를 보수적으로 세는 경찰 추산으로도 26만명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내자동 로터리를 포함한 율곡로 인근을 가득 채웠다.

오전 11시30분부터 서울 시내 21곳에서 진행한 사전집회와 부문별 대회를 마친 노동·사회·학생단체들은 오후 4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본 집회에 참석했다.
시위대는 오후 5시15분쯤 서울광장을 출발해 다섯 갈래로 내자동 로터리까지 행진했다. 오후 6시50분 세종대로 방면과 덕수궁 방면 등으로 행진한 시위대를 시작으로 을지로와 신문로 방면 등에서 행진한 시위대도 속속 내자동 로터리 쪽으로 들어왔다.
경찰은 효자동 방향에 차벽을 세우고 시위대를 맞았다. 차벽 위에는 '평화로운 집회, 성숙한 시민의식, 여러분이 지켜주세요!'라고 쓴 플래카드를 걸었다. 근처 경복궁역에서 내린 참가자가 버스 차벽 사이로 들어왔으나 특별히 저지하지 않고 들여보냈다.
독자들의 PICK!
중간중간 몇몇 흥분한 참가자가 경찰을 향해 소리를 지르거나 달려들긴 했으나 심각한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시위대 스스로 흥분한 이들을 자제시키며 뒤로 물러나게 하는 질서를 연출했다.
대치국면이 30분을 넘어서자 시위대는 자리에 앉아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이어갔다. 곳곳에서 "우리는 평화시위를 할 수 있다", "한발씩 물러나 앉자"는 외침이 들렸다. 시위대는 제자리에 앉아 촛불과 휴대전화 조명을 비추며 '불빛시위'를 이어갔다.
대치가 3시간가량 지나면서 일부 시위대와 경찰 간에 충돌이 발생했다. 효자동 방향을 막아선 경찰 버스에 올라간 시위대를 경찰이 끌어내리기도 했다. 몇몇 시위대는 경찰 방패를 뺏는 등 몸싸움도 벌였다.
자정을 막 넘긴 13일 오전 0시5분 현재 내자동 로터리에서는 시위대 선두가 경찰 차벽을 두드리며 길을 열라고 요구하고 있다. 앞서 대치과정에서 차벽을 넘어가 경찰관에게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한 남성이 연행(공무집행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되기도 했다. 이날 시위 첫 연행자다.

시위대 일부는 경찰 저지선을 뚫고 청와대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시위대 약 300명은 경찰이 차벽을 세우지 않은 골목 등으로 돌아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였다.
대규모 인파가 운집하면서 부상자도 나왔다. 현장에 투입된 의경 1명과 경찰관 3명이 쓰러져 2명이 병원으로 이송됐고 시위대에서도 8명이 응급차를 타고 병원을 찾았다.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시위대도 20명이다. 경찰과 시위대들 간에 직접 충돌 탓이 아닌 복통이나 찰과상, 탈진 등으로 치료를 받았으며 중상자는 없다고 경찰과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다양한 공연과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라틴밴드 '라퍼커션'은 타악기 공연으로 행진 분위기를 돋구었고 밴드 크라잉넛은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저녁 무대에서 히트곡 '말달리자'를 공연했다. 보컬 박윤식씨은 "말(馬)달리자는 원래 우리 노래인데 이러려고 크라잉넛을 했나 자괴감을 느낀다"며 최순실씨의 딸이자 승마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유라씨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저녁 8시부터는 래퍼 조PD, 가수 정태춘씨가 공연했다. 9시30분부터는 가수 이승환씨가 밴드와 함께 '하야 Hey(헤이)' 콘서트를 펼쳤다. 이씨는 '물어본다' '너만을 사랑해' 등 히트곡을 부르자 시민들이 따라 부르는 등 공연장을 방불케 하는 열기를 이끌었다.

시위 참가자들의 면면은 다양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정치권, 종교계, 중·고교·대학생, 학계, 스스로 참여한 시민 참가자들까지 남녀노소, 직업과 연령을 뛰어넘었다.
거리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단위 참가자와 친구·연인끼리 모여 광장을 찾은 젊은이들,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30~40대 직장인들이 많았다. 평소 시위에서 보기 힘든 70~80대 노인들도 눈에 띄었다. 국내 노동단체와 협력을 위해 해외 진보·노동단체에서 방한한 외국인들도 있었다.
공식 행사가 끝난 뒤에도 참가자 상당수는 광화문광장 일대에 모여 문화제를 이어갔다.
경찰은 이날 총력을 다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전국 272개 중대 약 2만5000명을 서울에 투입했다. 기존 경비 담당 인력에 지방청·경찰서별로 예비편성한 인원, 휴무인원까지 전부 동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