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주의 PPL]판·검사·의원 평가한 변협…변호사 평가는?

[유동주의 PPL]판·검사·의원 평가한 변협…변호사 평가는?

유동주 기자
2017.01.29 02:18

[the L]법률시장 소비자 알 권리와 선택권 보장위해 변호사평가 도입도 고려해야 할 때…판·검사·국회 평가 결과 내놓고 변호사는 평가받지 않으려 한다면 국민 납득 못해

[편집자주] People Politics Law…'국민'이 원하는 건 좋은 '정치'와 바른 '법'일 겁니다. 정치권·법조계에 'PPL'처럼 스며들 이야기를 전합니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이 2015년 10월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에서 열린 '검사평가제 최초 시행' 기자간담회에서 검사 평가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이 2015년 10월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에서 열린 '검사평가제 최초 시행' 기자간담회에서 검사 평가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지난 24일 두번째 검사평가 결과를 내놓았다. 이를 통해 불친절한 검사, 나쁜 검사를 걸러내겠다는 게 변협의 의도로 보인다.

변협은 우수 검사와 하위 검사를 발표하고 그 결과를 검찰에 제출해 인사자료로 활용하겠다는 포부도 검사평가제 시행을 알린 2015년 10월 밝힌 바 있다.

'검사평가제'는 하창우 변협 협회장의 선거공약 중 하나였다. 하 협회장은 2년전 변협 선거에서 "평가받지 않는 성역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며 검사평가제를 공약했다. 그는 이미 2008년 법관평가제를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시절 도입한 바 있다.

◇용두사미로 끝난 국회의원 평가…사시존치 압박용이었단 지적도

변협은 19대 국회시절인 지난 2015년 8월엔 "국회의원 300명의 의정활동을 평가한 뒤 결과를 각 소속 정당에 보내 공천 등에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의원 평가'계획도 밝혔다. 흔히 재야(在野) 법조라 하는 변호사업계가 공직자들인 재조(在曹) 법조인 판·검사 뿐 아니라 징치권도 평가하고 심판하겠다는 것이었다.

변협의 제법 원대했던 의원평가 계획은 그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특히 판·검사 평가처럼 상위 10%, 하위 10% 의원 명단 공개 방침도 알려졌지만 논란만 일으키고 유야무야 됐다. 처음부터 변협의 계획은 불가능한 얘기였다. 하위 명단은 공직선거법상 금지한 사실상의 '낙선'운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변협은 19대 국회 말기인 지난해 2월 최우수국회의원 10명을 선정해 시상했다. 10명 중엔 19대 국회에서 사시존치 입장을 명확히 밝혔던 몇 안되는 의원 중 두 명이나 포함됐다. 바로 김진태·조경태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김진태 의원은 19대에 이어 20대에서도 대표적인 사시존치론자다. 조경태 의원은 변협의 최우수의원상을 받기 3개월전인 2015년 11월 당시 민주당 소속으로 사시존치법안을 발의해 첫 야당의원에 의한 사시존치법안 대표발의자로 기록된 바 있다.

2015년 8월 13일 국회 의원회관 조경태 의원실에서 사법시험 존치 필요성에 대해 면담 중인 대한변호사협회 집행부와 조경태 의원. 왼편부터 채명성 전 법제이사, 배의철 부협회장, 조겅태 의원, 하창우 협회장. 조 의원은 면담 3개월 뒤인 2015년 11월 6일 야당 의원으론 처음 사시존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사진 및 내용 출처=조경태 의원 블로그
2015년 8월 13일 국회 의원회관 조경태 의원실에서 사법시험 존치 필요성에 대해 면담 중인 대한변호사협회 집행부와 조경태 의원. 왼편부터 채명성 전 법제이사, 배의철 부협회장, 조겅태 의원, 하창우 협회장. 조 의원은 면담 3개월 뒤인 2015년 11월 6일 야당 의원으론 처음 사시존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사진 및 내용 출처=조경태 의원 블로그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이 2015년 11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사법시헙 존치에 관한 공청회를 방청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이 2015년 11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사법시헙 존치에 관한 공청회를 방청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판·검사·국회 평가하겠다는 변협…변호사평가는 왜 막나

변협이 판사·검사·국회의원을 평가하겠다고 나선 것은 하창우 협회장의 '공약'추진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소위 사회적 '권력층'에 대해 점수를 매기고 '줄세우기'를 시도하는 하 협회장의 추진력은 박수를 보낼만 하다.

다만 법률 소비자들에 의한 '변호사 평가'와 '순위 매기기'도 마찬가지로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에 변협은 답할 때가 됐다.

10여년 전 '변호사 수임 건수, 수임 사건분야, 승패율 등'을 서비스 내용으로 했던 '로마켓'이라는 법률정보 사이트에 대해 변협은 '형사고발'로 대응했다. 하창우 협 협회장은 당시 변협 공보이사였다. 하창우 당시 공보이사는 "승소율은 로펌도 공개를 꺼리는 부분으로 제3자가 이를 분석 공개하는 것은 명백한 영업비밀침해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변협은 그때 "임의로 산출된 자료로 변호사 등급을 매겨 명예훼손을 저질렀다"며 로마켓 대표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변호사평가는 부작용이 크다는 게 변협의 주장이었다.

그렇다면 변협은 판사·검사평가에 대한 부작용은 고려하지 않는 것일까. 실제로 판사평가는 객관성 부족이란 문제점을 지적받고 있고, 검사평가에 대해선 이미 평가에 참여한 변호사의 익명성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이로 인해 변호사가 검사평가에 참여한 경우 그 사건 상대방 검사가 평가당한 사실을 알게 될 수 있고 피의자 신분인 변호사의 의뢰인이 피해를 받을 우려도 있다.

10여년전 하창우 변협 공보이사는 "원고 일부패소를 '패소'로 계산하고 양쪽의 '합의'는 실질적으로 승소에 가까운데도 무승부로 계산하는 등 자료의 신빙성에도 문제가 있다"며 평가의 '오류'를 들어 로마켓 변호사평가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같은 논리로 변협이 내놓는 판·검사·의정 평가도 신빙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직역단체인 동시에 공익에 봉사해야 하는 변협의 공적 임무

법률시장 공급자 포화로 일부 변호사들은 스스로 실력을 내세우고 싶어한다. 정정당당하게 경쟁하자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협은 아직도 '변호사평가'는 '명예훼손'이고 '업무방해'며 '오류 큰 줄세우기'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인지 밝힐 필요가 있다.

법률소비자들의 알 권리도 중요하다. 지금 소비자들은 변호사들의 스펙 외에 더 알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사건 담당 판·검사와 연고가 있는 변호사를 찾게 되고 학연·지연이 변호사의 능력처럼 오해되며 때론 법조비리로 이어지고 있다. 변호사 정보는 더 풍부해지고 많아져야 실력있고 깨끗하고 친절한 변호사들에게 더 기회가 돌아갈 것이다. 그게 공익이고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된다.

변협이 판·검사·의원을 평가하면서도 변호사에 대한 평가는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법률서비스 고객인 국민의 동의를 받기는 힘들 것이다.

실력이 없고 의뢰인들에게 불친절하면서도 단지 전관이어서 브로커를 많이 쓴다는 이유로 특정 변호사에게 사건이 몰린다면 다른 선량한 변호사들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다. 법률서비스 소비자들의 변호사에 대한 불신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변호사평가도 필요하다.

주니어와 시니어 변호사가 모두 스펙과 연차가 아니라 실력과 장점으로 공정하게 평가받고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변협에 의해 주도적으로 만들어진다면 변협의 판·검사평가제에 정당성과 명분도 부여될 수 있다. 남은 평가하면서 정작 자신은 평가받지 않겠다면 '직역 이기주의'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유동주 기자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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