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날아다니는 '경찰', 잊을 수 없는 그날

북한산 날아다니는 '경찰', 잊을 수 없는 그날

김평화 기자
2017.05.10 06:01

[인터뷰]전성권 북한산 경찰 산악구조대장…"구조한 사람, '무사하다' 소식에 행복"

북한산 경찰 산악구조대장 전성권 경위가 8일 북한산 인수봉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평화 기자
북한산 경찰 산악구조대장 전성권 경위가 8일 북한산 인수봉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평화 기자

초록이 우거진 5월 서울 강북구 도선사에서부터 북한산을 올랐다. 가파른 산길을 타고 20여분, 상의가 땀에 흠뻑 젖을 즈음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인수봉 아래 자리 잡은 서울 강북경찰서 북한산 경찰 산악구조대 건물이다.

산악구조대는 경기 고양시와 서울 4개 구에 걸친 북한산 전역에서 일어나는 산악사고로부터 등산객을 지키는 '산속 경찰서'다.

구조대장 전성권 경위(51)는 세 번에 걸쳐 10년을 이곳에서 지냈다. 경찰 생활 27년 중 3분의 1 이상을 보낸 셈. 이날도 전 경위는 가파른 산을 자유자재로 올랐다. 50대 나이가 무색했다. 북한산과 구조대를 설명할 때는 깊은 애정과 자부심이 묻어났다. '숲 해설사' 자격증도 있는 '산 사람'이었다.

전 경위는 1990년 순경으로 경찰생활을 시작했다. 산악구조대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1999년 10월. 그 해 성과가 좋아 특진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곳에 자리가 났다는 소식에 주저 없이 자원했다. 전 경위는 어려서부터 산이 좋았다.

처음에는 전기도 없었다. 밤이면 촛불을 켰다. 대원들과 다닥다닥 붙어 있어야 추위를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가족 같은 분위기가 좋았다. 산 속의 일을 즐겼다.

전 경위는 "구조대는 전문적인 일이라 아무 때나 원한다고 올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어려서부터 산을 좋아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선택했다"고 말했다.

전 경위는 기회가 될 때마다 이곳에 다시 자원했다. 이번 구조대 생활은 5년째다.

2015년 10월17일. 전 경위가 잊지 못하는 날이다. 그날 백운봉 인근에서 40대 후반 여성 환자가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연락을 받은 전 경위는 현장까지 7분 만에 '날아'갔다. 걸어가면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위기상황에서 힘이 났다.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호흡을 불어넣으려 환자에 다가갔다. 냉기가 느껴졌다. '아, 끝났구나' 싶었다. 포기하지 않았다. 3분여 지났을까. 환자 '컥'하는 소리를 냈다. 다시 숨쉬기 시작했다.

119 헬리콥터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했다. 며칠 후 생명을 되찾은 시민이 저녁 한 끼 사겠다고 전화했다. 당연한 일을 했다는 생각에 정중히 거절했다. 이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전 경위는 "우리가 구조해 병원에 보낸 사람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며 "모든 대원들에게 큰 힘과 자부심이 된다"고 말했다. 업무가 아무리 힘들어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다.

사실 구조대 생활은 매우 고된 편이다. 3일에 한 번씩 식재료를 사기 위해 가파른 산을 오르내린다. 요리는 물론 직접 한다. 환자를 업거나 들것에 싣고 능선을 오르는 일이 다반사다. 230m 높이 바위에서 밧줄 하나에 의존하며 사람을 업고 내려올 때도 있다. 겨울철 미끄러울 때는 몇 배 더 힘들다. 구조하다 보면 끼니를 거를 때도 많다.

산악구조대는 지난해 136건, 2015년 148건 등 매년 100여건의 조난 등 각종 사고를 해결하고 있다. 전 경위는 "사람을 도울 수 있고, 일을 하면 상대에게 내 진심이 바로 전해진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봄철 등산객들에게는 "산에 오르기 전 준비운동을 꼭 하고 돌발상황이 생겨도 무조건 침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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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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