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 "사시 통과 못한 분풀이"?…'일부' 법조인의 삐뚤어진 선민의식


“사시 통과 못한 분풀이로 권력기관을 개편하고 있다”
법대를 나온 검사 출신 야당 대표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을 응시하지 않은 교수 출신 청와대 수석을 향해 한 말이다. 논란이 불거졌지만 결국 정치권의 흔한 막말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웃고 넘길 수 만은 없는 문제다. '사시가 최고'라는 선민의식을 가진 야당 대표로 끝날 게 아니다. 무의식적으로라도 그 생각에 동조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서다.
"법대 나와서 사시도 통과 못해 교수나 한다". 과거 법대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던 말이다. '사시 분풀이'와 같은 맥락이다. 당사자에겐 모욕적이고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는 말이지만 법학 전공자들에겐 익숙한 얘기다. 이른바 ‘사시 제일주의’, 뿌리 깊은 '사시 선민의식'의 방증이다. 법조계 주변만이 아니다. 사회 곳곳에, 일반 국민들의 뇌리에도 깊히 박힌 생각이다.
'사법시험(試驗)'을 흔히 '사법고시(考試)'로 잘못 부른다. 단순한 실수가 아닐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사법고시'라는 건 없다. 1962년까지 있었던 고등고시 '사법과' 출신도 이제 일선에선 거의 활동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시라는 '변호사 자격시험'을 고급 공무원 선발제도를 뜻하는 '고시'로 높여 불러왔다.
법조인들은 '사법고시'란 말이 틀린 말이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수십년간 '고시'로 높여 부르는 걸 사실상 방치했다. 사시 합격기는 아직도 ‘미담’으로 포장된다. 지난해 마지막 사시도 마찬가지였다.
사시는 어려웠다. 그런 극한의 난이도를 넘어선 법조인들은 사회에 어떤 기여를 했을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우리보다 사법신뢰도가 낮은 나라는 콜롬비아, 칠레, 우크라이나 등에 불과하다. 잊을만하면 터져나오는 법조 비리 탓이다.
법조인을 대하는 국민들의 태도에도 이중성이 엿보인다. 법조인들의 비리와 사법불신에는 공감하면서도 ‘사시 합격자’는 ‘신격화’하는 묘한 정서가 있다. 사법불신이 여전하고 불평등한 법률서비스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현실은 이와 무관치 않다.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법조인으로부터 서비스를 받는다면 다소 비싼 비용을 내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게 현실이다.
권력을 누리는 엘리트층에 ‘소시오패스’가 많다고들 한다. 법조 엘리트들은 어떨까. 전체가 아닌 극히 일부일 뿐이지만 '선민의식'에 빠져 양심과 책임감이 결여된 채 자신의 성공을 위해 남을 이용하고 개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사시'오패스들이 간혹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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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들조차 법조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우대하고 우러러 봐온 우리들에게도 책임이 전혀 없지는 않다. 소년 급제한 뒤 검사를 거쳐 청와대 민정수석에 올랐다 최근 법정에 선 한 법조인도 예기치 못한 불상사가 없었다면 지금쯤 잘 나가는 존경받는 변호사로서 막대한 수임료를 챙기고 있었을 터다.
얼마 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이 학교 로스쿨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한국인 유학생이 LLM(법학석사) 과정으로 해외연수를 온 한국인 판사에게 명함을 건네며 인사했다.
그러자 판사는 정중하게 명함을 사양하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비(非)법조인과는 명함을 교환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