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죽음에 대하여①]하루 6건 꼴 발생, 남의 일 아니다…공식 집계조차 안돼, "공적 대책 필요"

설 명절을 눈 앞에 둔 지난 9일, 경기 이천시 주택가의 한 고시원에서 50대 남성 허모씨(53)가 주검으로 발견됐다. 특별한 외상은 없었다.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주거시설이 돼 버린 고시원에서 삶을 마감하는 이들의 마지막 모습은 말 그대로 외로운 시신, 고시(孤屍)이다.
서울 노원구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선모씨(51)는 '죽은 사람을 종종 만나는 직업'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지만, 별다른 상처도 없이 무너져 내리듯 숨이 끊어진 주검이 더 무섭고 처연하다.
지난해 2월에도 선씨는 또다시 주검으로 변한 손님을 발견했다. 폐지를 줍던 50대 남성이었다. 월요일 정기 청소를 위해 방문을 열었는데 무언가에 걸려 잘 열리지 않았다. 오징어 썩은 냄새를 수백 배로 압축한 듯 표현할 수 없는 악취가 났다. 약 4㎡(1.2평), 한 달에 23만원짜리 고시원 방 안에 사람이 숨져 있었다. 출동한 구급대원은 "돌아가신 지 2~3일 정도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죽음들을 겪어온 선씨는 투숙객들의 방 앞에 실내화 위치가 바뀌었는지 등 사람이 오간 흔적을 습관처럼 찾는다. 선씨는 "사람들이 항상 나가는 시간에 안 나가는 사람이 있는지, 행동이 평소와 다르지는 않은지, 항상 긴장하고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한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죄책감에 빠졌다. 지난달 이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살던 80대 여성이 사망한 지 열흘이 지나서 발견된 일 때문이다.
통장인 김모씨(55)는 "동생 외에는 가족이 없었고 경로당도 본인이 체질에 안 맞는다고 나오지 않아 다른 사람들과 교류가 없던 분"이라며 "조금 더 설득해볼 걸, 한 번 더 찾아가 볼 걸 하는 후회가 남는다"고 밝혔다. 동네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김모씨(63)는 "이따금 슈퍼에 왔던 할머니가 눈 앞에 아른거린다"며 "홀로 사는 노인에게 별 관심을 가지지 않던 우리가 참 나빴다"고 말했다.
홀로 사는 사람을 찾아가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도 고독사를 일상처럼 접하는 사람들이다. 고독사를 경험하고 나면 최소 며칠 동안은 쉬어야 한다. 서울 도봉구 한 요양센터 관계자는 "돌봐 드리던 노인이 갑자기 돌아가시면 요양보호사도 심신이 불안정해지고, 돌아가신 분에 대해서는 동료들끼리 입에도 올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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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는 공식 통계조차 없다. 서울시복지재단에서 2013년 서울시에서 발생한 고독사가 162건이라고 발표한 게 전부다. 재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독사로 의심되는 사례까지 모두 포함할 경우 2181건, 하루 6건씩 발생하는 셈이다.
고독사는 보건복지부 통계상의 사인 분류표에 잡히지도 않는다. 고독사는 '홀로 외롭게 지내다 숨졌다'는 의미인데 죽음 원인에는 이 같은 분류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기관 등에서 내린 정의조차 없다. 전문가들이 내린 고독사의 공통된 정의는 '가족이나 이웃, 친구 간 왕래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혼자 살던 사람이 홀로 사망한 뒤 방치됐다가 발견된 죽음'이다. 숨진 지 통상 3일 뒤 발견되면 고독사로 보는데 이 역시 정립돼 있지는 않다.
전문가들은 고독사가 나이나 처한 상황과 상관없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정순돌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용직 혹은 전문직, 40~50대 등 경제적인 조건이나 나이와 상관없이 1인 가구에서는 누구나 고독사 당사자가 될 수 있다"며 "앞으로 1인 가구가 더 확대되는 추세지만 이 사람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사회복지학 박사)은 "사회 내 고립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그 결과가 고독사로 나타난다"며 "고독사가 점점 많아지고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개인의 고립은 실직·부채 등 사회적인 이유가 많다"며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의존할 수 없어 고립된 사람들에 대한 세밀한 공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