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블리]털었다 하면 15일?…삼성바이오 압수수색의 비밀

[검블리]털었다 하면 15일?…삼성바이오 압수수색의 비밀

이미호 , 오문영 인턴 기자
2019.04.27 06:00

[the L]달라진 압수수색 풍경…파란상자는 '옛말'·조사 기간 길어져

[편집자주] 검찰 수사는 브리핑이나 발표로 전달되는 뉴스 외에도 이면에서 벌어지는 내용이 더 많습니다. 맛평가 조사인 블루리본처럼 검찰블루리본, '검블리'는 검찰 수사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살펴보고 전달하고자 합니다.

"파란 박스요? 이젠 점점 더 옛말이 될 거에요. 요즘은 들고 나올 게 없어서 그림이 안나와요(부장검사 A씨)."

검사가 '먼지 하나 남기지 말고 쓸어담아!'라고 한마디 하면 수사관들이 일사불란하게 압수물들을 챙겨담는다. 검찰 로고가 새겨진 파란색 박스가 쉴 새 없이 실려 나온다. 상자 안에는 각종 서류와 장부들이 가득 들어차 있고, 때론 압수물이 1톤(t) 트럭 2대를 채울 때도 있다.

압수수색하면 흔히 떠오르는 장면이지만, 최근엔 이동식저장장치(USB) 등 전자저장 매체가 보편화하면서 압수수색 풍경이 한층 가벼워(?)졌다.

압수수색은 범죄 수사의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다. 시대가 변하면서 압수수색의 모습도 달라졌다. 최근에는 서류뭉치 대신 컴퓨터 하드디스크나 서버를 복사한 '디지털 증거물'을 주로 확보하면서 검사들이 서류가방 하나만 달랑 가지고 나오는 경우도 많다.

특히 디지털 자료를 압수수색할 때는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 요원들이 직접 USB에 담아오기 때문에 밖에 나올 때엔 정작 눈으로 보이는 게 없다. 최근 기업들이 문서 대부분을 디지털 형태로 갖고 있기 때문에 부피가 큰 종이서류가 압수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압수수색 시간도 예전보다 길어졌다. 기업 관계자들이나 기업 측 변호인이 입회한 가운데 검찰이 범죄 사실과 관련이 있는 압수 목록을 전달한다. 이를 일일이 확인하면서 압수하기 때문에 압수 과정에 영화처럼 급박하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범죄 사실과 관련된 키워드를 일일이 입력해 이에 해당하는 자료를 분류하고, 관리자들의 의견을 들은 후 최종적으로 이를 압수물로 저장물에 담는 과정을 거친다.

지난해 12월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회계분식 의혹과 관련해 삼성그룹 계열사들을 전격 압수수색했을 때에도 장장 15일에 걸쳐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을 비롯한 관련 업계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길어진 압수수색의 의도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여러가지 설들이 난무하기도 했지만 사실은 달라진 압수수색 관행이 일조한 바가 크다는 후문이다.

지난 3월 초 이뤄진 경기도 대기업 A사 본사 압수수색건도 그랬다. 검찰은 약 2주에 걸쳐 조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실제 들고 나온 자료의 양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에 정통한 법조계 인사는 "막상 현장가면 DB에서 필요한 내용들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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