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에 무지개옷 입은 신학대생…법정 공방에도 "끝까지 목소리 낼 것" 의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옷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를 당한 학생들이 있다. 1년 전 5월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무지개색 옷을 입고 예배에 참석한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 학생들이다. 이들은 결국 학교에서 6개월 정학, 근신, 반성문 제출 등 징계를 받았다.
학생들은 징계 처분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학교와 끝이 보이지 않는 법정 다툼을 시작했다. 15일 서울 모처에서 만난 서총명씨(28)와 오세찬씨(25)는 "지난 1년 동안 삶이 확연히 달라졌다"고 했다.
당시 징계를 받았던 4명 중 지금 학교에 다니는 것은 오씨뿐이다. 이마저도 반성문을 제출하지 않으면 2학기에 등록을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위축되기보단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말했다.
"제가 정의로운 일이라고 생각해서 한 일이기 때문에 두렵진 않아요. 다만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되더라도 '잘 버틸 수 있을까'하는 걱정은 조금 들어요." (서총명)
"싸움은 이미 이겼다고 생각해요. 이미 이름과 얼굴이 팔린 저희는 법정에서 이겨도 큰 의미가 없어요. 하지만 학교가 어떤 사유로든 학생을 찍어낼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아서 이 일은 끝까지 하고 싶어요." (오세찬)
서씨 등의 사건 이후로 장신대와 기독교계에서는 큰 파문이 일었다. 장신대에서는 지난해부터 신입생을 대상으로 반동성애 입학 서약도 받고 있다. 서씨 등은 교회 내의 폐쇄적인 구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씨는 "교회는 50~60대 남성 위주로 모든 의결이 이뤄지는 구조"라며 "권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여성, 난민, 성소수자 등의 목소리를 제한하고 끊임없이 가상의 적을 만들어서 내부 결속력을 유지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씨 역시 "권위에 순종하는 게 미덕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이름과 얼굴을 내놓고 활동하기 쉽지 않다"며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싸움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뚜렷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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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는 "그동안 느리게라도 앞으로 나아가던 교회가 얼마 전부터는 뒤로 뛰어가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가 그 퇴보를 조금이라도 멈추고 방향을 다시 설정할 수 있도록 한다면 만족한다"고 했다.
예배당 밖으로 쫓겨난 이들은 역설적으로 누구도 쫓겨나지 않는 교회를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인 이달 17일, '모든 사람의 예배'를 열기로 했다. 말 그대로 성별, 성적지향, 빈부 등 어떤 조건과 상관없이 누구나 모두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상'으로 규정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예배가 아니라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예배를 만들고 싶습니다." 교회 기득권에 의해 정상-비정상으로 나뉘어 예배할 자격을 부여받는 게 아니라 성소수자도 함께 예배하는 사람 중 하나이길 바라며 담을 무너트려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