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위의 전쟁]양대노총 소형타워크레인 규제 주장하며 전국 1716대 타워크레인 총파업…현장 관계자 "공기 맞추기 힘들 듯"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양대 타워크레인 노조가 지난 3일 오후부터 전국 1716대 타워크레인에 대한 점거 농성에 들어가면서 전국 곳곳 공사현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4일 오전 찾은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아파트 공사현장은 8대(민주노총 4명, 한국노총 2명, 비노조 1명, 무인소형 1명 운전) 크레인 가운데 양대노총 소속 6대를 포함해 7대가 파업으로 멈춰서 있었다. 운행 중인 크레인은 무인으로 조종되는 소형크레인 1대뿐이다.
운행을 멈춘 7대에는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 2명과 민주노총 소속 기사 4명이 각각 1대씩 맡아 올라가 있고 비노조조합원이 운행하던 크레인도 멈춰 서 있었다. 이들은 지난 3일 오후 5시부터 약 70m에 이르는 크레인 위에서 철야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현장은 건설자재를 운반하는 타워크레인이 멈추면서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인부 300여명은 전날 크레인 작업으로 옮긴 철근과 자재로만 작업 중이다.
공사현장 관계자는 "무거운 자재들을 옮기는 작업에 일부 차질이 생기고 있다"며 "파업이 길어지게 되면 공기(공사기한)를 맞추기 힘들어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 노동자 이모씨(65)도 "크레인이 중장비를 올려주고 내려줘야 하는데 멈춰서 작업 진도가 안 나고 있다"며 "전날 옮겨다 놓은 장비는 하루 분량 밖에 안된다"고 전했다.
건설현장에 설치된 가림막 문에는 자물쇠가 채워졌고 현장 관계자가 출입을 통제하며 다른 노조원의 진입을 막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어제 오후 고공농성이 시작되면서부터 자물쇠를 채우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가 챙겨주는 고공농성 중인 조합원의 식사는 반입되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20여명은 이날 오전 이곳 공사현장 입구 부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점거농성의 배경과 요구사항을 밝혔다.
건설노조는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총파업과 고공농성을 하기 전부터 소형타워크레인 문제를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며 "국토교통부가 전향적인 소형타워크레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전국 타워크레인은 계속 멈춰 있을 것"이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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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으로 운영되는 소형 타워크레인은 기존의 대형 타워크레인보다 안전사고 발생 확률이 높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20시간 안전교육이수만으로 운전이 가능해 일반 타워크레인에 비해 소형 타워크레인의 사고 위험성이 높다는 설명. 최근 30여건 발생한 소형타워크레인 사고도 근거로 들었다.
국토부에 대한 노조의 요구 사항은 크게 2가지다. 소형크레인 운전사에게도 국가 공인 자격증을 따도록 할 것과 소형타워크레인 안전 규격(제원 기준)을 만들어 안전사고 위험을 줄일 것이다.
건설노조는 "소형타워크레인 장비들이 제대로 된 등록 기준 없이 운영되고 있다"며 "정부는 더 이상 소형타워크레인 문제를 외면하지 않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건설경기 하락세와 함께 국가자격을 소지하고 있는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해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용자 측인 한국타워레인협동조합에 대한 7~8%대 임금인상 요구도 이번 파업의 한 배경이다.
건설노조는 전날 성명서에서 "타워크레인 노사는 2019년 임단협에서 임금인상, 고용 안정, 하계휴가, 휴게실 설치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소형크레인 철폐, 임금단체협상 투쟁 승리를 위해 무기한 고공농성을 결행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