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시킬 땐 '이막춘', 현관엔 남자 신발… 불안한 여성들

택배 시킬 땐 '이막춘', 현관엔 남자 신발… 불안한 여성들

한민선 기자
2019.07.07 06:03

여성 '범죄 발생'에 대한 불안 비율 57%…1997년比 5.5%p 상승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여성들의 '범죄 발생'에 대한 우려가 약 20년 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에 비해 여성 고용률이나 사회참여율은 증가했지만, 안전에 대한 불안은 과거보다 심각해졌다.

◇고용도 임금도 늘었는데…'범죄 불안'은 여전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통계청과 여성가족부는 지난 1일 여성의 모습을 부문별로 조명한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발표했다.

아직 평등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대부분 부문의 통계가 과거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지난해 여성 고용률은 10년 전 대비 2.0%p 상승해 50.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남성 대비 여성임금 비율과 여성 관리자 비율은 각각 2.3%p, 8.1%p 올랐다.

하지만 '사회 안전에 대한 인식' 부문에서는 시대를 역행한 결과가 나왔다. 여성의 '범죄 발생'에 대한 불안 비율은 57%를 기록했다. 약 5.5%p 상승해 1997년 대비 유일하게 더 불안해진 분야다. △국가 안보 △건축물 및 시설물 △교통사고 △먹거리 등 다른 분야의 불안이 모두 큰 폭으로 하락하는 동안, 범죄 발생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진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 여성이 남성의 16배…남자 목소리 저장하고, 쎈 이름 쓰고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이 같은 여성의 불안이 '기우'는 아니다. 실제로 범죄 발생도 늘었다. 2017년 기준 성폭력 피해자는 여성(2만7494명) 이 남성보다 약 16배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 성폭력 피해자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1만6554명 증가했다.

여성들은 귀갓길 등 평범한 일상에서 계속 위협을 느낀다. 지난 5월28일 귀가하던 여성을 뒤쫓아 집에 침입하려 한 조모(30)씨의 모습이 담긴 '신림동 강간미수 동영상'은 여성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또 △서울 강동구에서 이틀 연속으로 귀갓길 여성을 노린 30대 △서울 강남구에서 여성을 뒤쫓아가 성폭행을 시도했던 20대 △서울 강남구에서 같은 층에 사는 여성이 집에 들어가 강간을 시도하고 17시간 동안 감금한 20대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행각이 알려졌다.

불안이 커지자 여성들은 살 길을 찾아 나섰다. 1인 가구 여성들은 혼자 사는 것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모색했다. 현관에 남자 신발을 두는 것은 기본이고, "누구세요?" 등 방범용 남성 목소리를 저장해두거나 택배 주문 시 '이막춘' 같은 쎈 억양의 이름을 썼다.

◇"서비스 이용할 때만 안전한 기분"…본질적인 해결책은?

서울시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 / 사진제공=서울시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
서울시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 / 사진제공=서울시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

각 지자체에서 안전귀가 지원 서비스, 여성안심택배 서비스, 공중화장실 불법 촬영 점검 등 여성 안전을 위해 여러 대책이 나온 상황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이 같은 정책이 불안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라고 말한다.

대학생 이모씨(21)는 "안전귀가 지원 서비스가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서비스를 이용할 때만 안전한 기분이 든다"며 "남성들처럼 일상을 살아갈 때 늘 안전하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 본질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젠더폭력방지 국가행동계획 이행과제 개발 연구'에서는 여성의 안전을 위해 △여성폭력 가해자 처벌 강화 및 신속한 대응 △여성폭력 예방체계 구축 및 예방교육 내실화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지원 확대 △디지털 성범죄 근절 및 피해자 보호 △여성폭력방지정책 추진기반 마련 등을 5가지 과제로 꼽았다.

이 연구에서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 교육, 재화·용역 등 영역별 성차별과 성희롱을 금지하고 실질적 구제를 위한 시정명령 및 제재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며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시설을 확대하고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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