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블리] '옛날 일'이 돼버린 검찰의 '고래 검시관' 역할…2년 전 일 때문이라는데

[검블리] '옛날 일'이 돼버린 검찰의 '고래 검시관' 역할…2년 전 일 때문이라는데

최민경 기자
2020.01.04 08:00

[the L]'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 이후 2018년 8월 해양수산부 고시 개정…검찰, 고래 검시 절차 개입 안해

검블리 / 사진=이지혜기자
검블리 / 사진=이지혜기자

제주대와 서울대, 한양대 연구진 등 고래 전문가들이 제주에서 발견된 몸길이 13m에 달하는 참고래의 사인을 밝혀내기 위해 국내 최초로 고래에 대한 부검을 실시하기로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 참고래는 '고래고기'로 시중에 유통되면서 그동안 전문가들의 실질적인 연구가 어려웠고 당연히 실적도 전무했던 탓이다. 2007년 해양생태계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제정되면서 보호종으로 지정됐으며 가공과 유통, 보관 등의 행위가 금지됐다.

고래는 보호종이 아닌 식용고래라고 하더라도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상업포경 전면 금지를 발표하면서 우연히 그물에 걸린 경우에만 유통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고래가 잡혔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사람이 죽었을 때처럼 검시를 진행해야 한다.

수산업법과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라 고래를 불법으로 잡을 경우 각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수사 기관이 고래를 부검해 조사하는 것을 '고래 검시'라고 부른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고래 검시'가 검찰 업무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이 있었다. 고래 고기가 유명한 울산지검이다. 고래고기가 주로 유통되는 울산 지역에서는 포획된 고래 고기의 불법 여부를 수사 기관으로부터 판단받는 것이 상당히 큰 문제다.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아 검찰의 판단에 따라 많게는 몇십억원이 왔다갔다하게 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울산지검에 근무하는 검사들은 불법 포획이 의심되는 고래가 잡혔을 경우 직접 현장에 나가 검시에 참여하는 등 '고래 검시관' 역할이 주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고 한다. 검시 과정에서 고래를 의도적으로 죽인 것이 확인되면 고래 사체를 압수수색해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2018년 8월 이후 울산지검 검사들의 '고래 검시관' 역할은 사라졌다. 해양수산부의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 제11조가 개정되면서다. 이전엔 '사법경찰관은 불법포획이 의심되는 고래류를 발견한 경우 검사의 지휘를 받아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됐던 조항이 '사법경찰관은 불법포획이 의심되는 고래류를 발견한 경우 이에 관해 수사해야 한다'로 바뀌면서 지금은 검찰은 검시 절차에 개입하지 않게 됐다.

규정이 바뀌게 된 데는 검경 갈등의 대표적 사건인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 2016년 4월 울산 중부경찰서가 밍크고래 불법 포획사건을 수사하면서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 27톤 가운데 21톤을 울산지검이 한달 만에 피의자인 유통업자들에게 되돌려준 일과 관련해 울산경찰청이 검찰을 상대로 수사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울산지검이 울산경찰청의 압수수색 영장을 불허하는 등 검경 간 날카로운 신경전으로 빚어진 이 사건은 결국 '고래 검시'에 대한 검찰의 권한을 경찰에 온전하게 넘겨주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2년 후 김기현 전 울산시장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으로 불씨를 짚이는 계기가 됐다.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3일 오전 제주시 한림항에서 지난달 22일 제주 해상에서 발견된 참고래 시신을 부검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들과 학생들이 모여있다. 이 고래는 길이 12.6m, 무게 약 12톤의 새끼로 추정된다. 10m 이상 대형고래 부검은 이번이 국내 처음이다.2020.1.3 /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3일 오전 제주시 한림항에서 지난달 22일 제주 해상에서 발견된 참고래 시신을 부검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들과 학생들이 모여있다. 이 고래는 길이 12.6m, 무게 약 12톤의 새끼로 추정된다. 10m 이상 대형고래 부검은 이번이 국내 처음이다.2020.1.3 /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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