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 숨진 수사관 아이폰 자료 1주일치 이미 받아…유가족 "그 정도면 충분"

[단독]경찰, 숨진 수사관 아이폰 자료 1주일치 이미 받아…유가족 "그 정도면 충분"

이정현 기자
2020.05.07 10:04

검찰 "계속해서 비밀번호 알려달라는 저의 의심스러워"

민갑룡 경찰청장/사진=김창현 기자 chmt@
민갑룡 경찰청장/사진=김창현 기자 chmt@

지난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숨진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검찰 수사관의 휴대폰을 분석 중인 경찰이 이미 검찰로부터 휴대폰과 함께 사망 전 1주일치 분량의 자료를 함께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7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검찰로부터 숨진 수사관의 휴대폰을 돌려받으면서 사망 전 1주일치 분량의 통화기록, 문자 등 포렌식 자료를 함께 넘겨받았다. 경찰이 1주일치 분량의 자료밖에 넘겨받지 못한 이유는 유가족이 그렇게 동의한데 따른 것이다. 범죄사건 증거물이 아닌 단순 유류품으로 휴대폰을 보관 중인 경찰로서는 유가족 동의없이 휴대폰을 열어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은 검찰의 휴대폰 포렌식 작업 전 과정을 함께했다. 그러면서 유가족들은 직접 분석 결과를 확인해 숨진 수사관에게 타살 혐의점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유가족들은 별다른 타살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유가족들은 경찰이 숨진 수사관 휴대폰 포렌식 자료를 요청한다는 소식을 듣고 분석된 자료 중 사망 전 1주일치 정도를 넘겨주는데 동의했다. 1주일치 정도면 타살 여부를 결정하는데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유가족들의 동의를 받은 부분에 한해서 경찰에 자료를 넘겼고, 휴대폰과 자료를 넘겨주는 자리에 유가족도 함께 참여해 1주일치 분량의 자료만 넘기는데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한편 검찰로부터 휴대폰과 자료를 받은 경찰은 타살 혐의점을 밝혀내기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유가족 판단에 관계없이 타살 혐의점을 끝까지 밝혀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타살 혐의점을 찾기 위한 내사를 진행해 왔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혐의점은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로부터 일부 자료는 받았으나 사망 관련 의혹을 해소하는 데 부족하다"면서 "휴대전화에 담긴 사망 관련 내용을 탐색해 파악한 뒤 이를 토대로 그동안 확보한 단서들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만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이번 변사 사건을 수사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가족들마저 타살 혐의점이 없는 것 같다고 판단했데도 계속해서 타살을 의심하는건 또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경찰은 검찰이 휴대폰 비밀번호를 알려줘도 유가족 동의가 없으면 열어볼 수 없음에도 계속해서 비밀번호를 요구하고 안되면 포렌식 자료라도 넘겨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부장검사는 "애초에 숨진 수사관의 휴대폰은 경찰의 울산시장 하명수사 사건 수사를 위한 것이었다"라면서 "수사 대상인 경찰이 본인들 수사한 자료를 내놓으라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말로 범죄 혐의점이 있어 수사를 해야한다면 적법절차에 따라 영장을 신청하면 될일"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형로펌의 변호사도 "경찰로서는 지금 유가족의 동의를 받아야지 휴대폰을 분석할 수 있다"면서 "이미 유가족이 1주일치 자료만 주는데 동의했음에도 계속해서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은 유가족들의 동의를 받거나 여의치 않으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유가족 동의는 끝났고 오랜 기간 내사를 벌였음에도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수도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경찰이 유류품으로 보관 중이던 숨진 수사관의 휴대폰을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확보했다. 당시 검찰은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사건의 증거물로서 추후 범죄 증거물로 사용될 수 있어 이를 압수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에 반발해 숨진 수사관 사인 규명에 휴대폰이 필요하다며 두차례에 걸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혐의 소명 부족을 이유로 이를 모두 반려했다. 해당 휴대폰은 보안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아이폰이었고 검찰은 몇개월에 걸쳐 암호 해독 작업을 진행해 최근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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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2016~ 사회부, 2021~ 정치부, 2023~ 정보미디어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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