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희 정권 시절에 불온서적을 유포한 혐의(반공법 위반)으로 옥살이를 했던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이 2억원대 국가배상금을 받게 됐다.
5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30민사부는 지난달 15일 이 상임고문과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는 2억5647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국가 측 법률상 대표인 법무부와 이 상임고문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확정됐다.
이 상임고문과 가족들은 지난 2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 상임고문 측은 1973년 수사관들이 구속영장을 발부받지 않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고지하지 않은 채 본인을 체포했다고 주장했다. 또 고문과 협박 등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을 받아내 증거능력이 없는 피의자신문조서를 토대로 기소와 징역형 선고가 이뤄졌다는 것이 이 상임고문 측 입장이다.
또 이 상임고문 측은 수형생활 중에는 교도관들의 특별감시, 출소 후에는 경찰관들의 불법 사찰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이 상임고문과 가족들은 경제적 어려움 및 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며 그 고통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는 통상적 업무수행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정도의 잘못을 넘어서는 것으로 불법의 정도가 중하다"며 "과거사정리법에서 정한 중대한 인권침해 및 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봤다. 다만 이 상임고문이 출소한지 10년이 지난 시점에 태어난 자녀인 A씨 등에 대한 배상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 상임고문은 1973년 10월23일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할 당시 북한 사회과학원이 발행한 철학사전을 입수해 타인에게 나눠준 혐의로 수업 중 체포됐다. 그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4월 법원에서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2년을 받아 수감생활 280일 만에 풀려났다. 이 상임고문은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 상임고문은 '당시 중앙정보부가 영장 없이 체포했고, 불법 구금과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며 2014년 2월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8월 "과거 이뤄진 판결과 재심에 이르기까지 제출된 자료를 종합해봐도 피고인이 반국가단체 등을 이롭게 할 목적으로 철학 사전을 취득·배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해당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당시 이 상임고문은 구금에 대한 형사보상금 9342만원을 수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