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L] 이재명·은수미·전교조 판결 이어 '진보 코드' 논란 불 붙을 듯

겸직 논란에 휩싸였던 황운하 의원의 총선 출마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이날 판결로 김명수 대법원은 또 다시 '편향 판결'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9일 이은권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황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당선무효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당선무효 소송은 대법원에서 단심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된다.
경찰로 재직 중이던 황 의원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경찰청에 사직원을 냈으나 수리되지 않았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으로 수사 중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황 의원은 현재 이 사건 피고인으로 형사재판 중이다.
결국 황 의원은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 총선에서 당선됐다. 지역구에서 황 의원에게 패한 이 전 의원은 황 의원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면서 이번 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선거법 제53조 제1항에 따르면 경찰공무원이 선거에 입후보하려는 경우, 선거일 기준 90일 전까지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날 대법원은 선거법 제53조 제4항을 근거로 황 의원의 출마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 조문에 따르면 공무원이 선거 입후보를 위해 소속기관에 사직원을 접수한 때 직을 관둔 것으로 간주된다.
이 조문에 대해 대법원은 "소속 기관장이 사직원 수리를 지연하거나 거부함에 따라 후보자등록을 할 수 없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방지하고 공무원의 사직원 제출 후 공직선거 출마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직원을 제출하여 접수된 이후로는 정당추천후보자가 되기 위한 정당 가입도 허용된다고 보는 것이 정당제 민주주의를 채택한 헌법질서와 입법취지에 부합한다"고 판결했다.
여당과 가까운 인사들이 김명수 대법원 판결로 위기를 면한 사례는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판결이 대표적이다. 이 지사는 선거토론 과정에서 친형 강제입원 사건에 개입한 적 없다는 거짓 해명을 했다가 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됐다. 2심까지 벌금 300만원 판결로 당선무효 위기에 처했으나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무죄로 뒤집혀 구사일생했다.
당시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선거토론회에서 즉문즉답 형식으로 토론하다 나온 발언 중 일부가 거짓이더라도 형사처벌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놓고 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죄의 명문에 반한 판결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다. 판결 당시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제 이 죄목으로는 유죄를 받기 힘들 것"이라고 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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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성남시장 판결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은 시장은 성남 지역 사업가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당선무효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 처리되는데, 2심까지 벌금 300만원이 선고된 상태였다.
대법원은 검찰에서 제출한 항소이유서를 문제삼아 판결을 뒤집었다. 1심 판결 후 제출한 항소이유서 중 양형부당 부분에 구체적인 내용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 판결 덕에 은 시장은 당선무효 위기에서 구사일생할 수 있었다.
이 판결도 정치적 판결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항소이유서를 작성할 때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부분에 집중하고 양형부당은 간결하게 적는 게 그 전 까지 관행이었다. 이렇게 진행된 수많은 사건 중 은 시장 사건을 찍어 잘못을 지적하니 오해를 사기 쉽다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사건도 문제시된 바 있다. 헌법재판소가 법외노조 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에 합헌 결정을 내린 데다 2심까지 원고 패소 판결이 나와 전교조가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원고 승소 판결로 뒤집히면서 전교조는 법외노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판결 이후 대법원이 헌재 판결을 부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이때 이동원·이기택 대법관이 반대의견을 통해 "법이 정한 요건은 지키지 않으면서 그 요건을 충족하였을 경우에 주어지는 법적 지위와 보호만 달라는 식의 억지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법체계는 법치주의에 기반한 현대 문명사회에서 존재한 바 없고 앞으로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다수의견을 질타한 바 있다.
김명수 대법원의 판결을 둘러싼 논란들은 대법관들의 전체적인 성향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있다.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조재연 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2인과 김명수 대법원장으로 구성된다. 김 대법원장과 김선수·노정희·박정화·김상환·이흥구 대법관 등 6명은 뚜렷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전원합의체 판결을 움직일 수 있는 과반(7명)에서 하나 모자란 숫자다.
노정희·박정화·이흥구 대법관은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맡았던 곳이다. 김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도 맡았는데, 김상환 대법관이 이 연구회 출신이다.
이흥구 대법관은 서울대 재학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받은 전력이 있다. 1심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한 인물이 이흥구 대법관의 선임인 권순일 대법관이었다. 김선수 대법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사법개혁비서관을 지냈고, 진보 성향 변호사단체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을 맡기도 했다.
안철상·노태악·이동원·민유숙 대법관은 중도 또는 중도 진보로 분류된다. 다만 이동원 대법관을 중도 보수로 분류하는 시각도 있다.
현재 인사청문 절차를 밟고 있는 천대엽 대법관 후보자가 합류한다면 이들 '중도 진보파'의 숫자는 최소 4명, 이동원 대법관의 선택에 따라 5명이 될 수 있다. 천 후보자는 정치색을 뚜렷하게 드러낸 적은 없지만 분류하자면 '중도 진보' 정도라는 평을 받고 있다.
박근혜정부에서 임명된 김재형 대법관은 진보 색채가 있는 중도, 이기택 대법관은 보수라는 평을 받는다. 이기택 대법관은 올해 9월 퇴임을 앞두고 있으며 그 후임 인사도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