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찰의 정정당당한 법집행을 바란다

[기고]경찰의 정정당당한 법집행을 바란다

김현태 경남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
2021.12.07 04:59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사건과 서울 데이트폭력 신변보호사건은 경찰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만들었다.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보호를 주 임무로 하는 경찰이 그 임무를 100% 완수하기는커녕 사건현장을 이탈해 국민을 끔찍한 범죄현장에 방치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피해자와 그 가족은 물론 국가로부터 안전을 보호받아야 할 시민들에게 커다란 실망감과 불신을 안겼다. 경찰이 비난받아야 마땅한 이유이며 환골탈태의 쇄신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18개 시·도자치경찰위원회도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 사건에서 부실대응을 한 경찰관들은 국가경찰의 신분이지만 자치경찰사무와 무관한 임무를 수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치경찰위원회를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이제는 과거 국가공권력의 상징이었던 경찰이 왜 무기력하다못해 무능하다는 비난을 받게 됐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민주화 과정에서 독재정권의 수호세력을 자처했던 경찰은 타도 대상인 동시에 두려운 존재로 인식됐다. 이런 부정적 인식들은 민주화 이후에도 이어져 경찰을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의 보호라는 임무에 충실한 '경찰다운 경찰'로 성장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 경찰이 강해지는 것이 경계 대상이 됐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난동을 부리면서 권총을 빼앗으려는 취객을 총기로 제압하면 '과잉대응'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한 피의자의 소재를 확인했지만 강제출입의 법적 근거가 부족해 현장에서 철수했을 땐 '흐느적거리는 공권력'이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심지어 흉기를 든 강도에게 칼에 찔려가면서 제압한 경우에도 목숨을 건 임무완수로 칭찬받기보다 '공권력이 유린당했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이런 이중잣대는 현장 경찰관들의 법집행을 위축시켰다. 여기에는 경찰의 조직문화도 한몫했다. 경찰의 법집행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 무관용의 감찰이 뒤따랐다. 소송에 걸리면 정당한 법집행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책임을 현장경찰관이 감당해야 했다. 이같은 상황들이 법집행에 소극적이게 만든 요인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경찰조직문화 혁신과 함께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최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 중 '직무수행으로 인한 형의 감면'규정이 대표적이다. 긴급상황에서 일정한 요건 하에 경찰의 직무수행에 따른 형사책임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이 규정이 경찰권 남용이나 과잉진압에 따른 인권침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시민단체의 우려도 간과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치안공백을 만들지 않아야한다는 점은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우려되는 부분을 차단하는 장치를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컨대 직무수행으로 인한 형의 감면 대상이 모든 범죄를 대상으로 하기보다 생명·신체상의 법익침해 범죄로 제한하는 것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국민들은 사건현장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경찰보다 제도적인 보장 아래 엄정하고 결단력 있는 법집행을 할 수 있는 경찰을 더 원할 것이다. 국민의 안전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는 경찰을 위한 경찰관 직무집행법의 조속한 개정을 기대한다.

김현태 경상남도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사진제공=경찰청
김현태 경상남도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사진제공=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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