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유발·'투자·고용' 위축, 경제 부작용 초래
기업 소송에 환급 폭탄 우려… 7월 데드라인 분수령

"대법원의 관세정책 위법·무효 판결 이후 기업들이 관세를 비용이 아니라 소송이 가능한 자산으로 보기 시작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월가에서 만난 한 헤지펀드 매니저의 진단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년 전인 지난해 4월2일 '미국 제조업의 르네상스'를 내걸고 꺼내든 관세정책이 뚜렷한 고용성과는 내지 못한 채 1년 만에 법정 리스크로 전락했다는 얘기다. 그는 "관세가 산업을 살리기보다 변호사들만 바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미 노동부의 고용지표도 이런 지적을 뒷받침한다. 현재 미국 제조업 고용은 1260만명으로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정책을 발표할 당시보다 9만3000명 줄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언장담한 '일자리 회귀'는 오간 데 없이 '채용한파'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관세로 제조업 보호? 비용상승→고용위축
제조업 현장에선 "제조업이 호황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TV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인디애나주 금속주조업체 BCI솔루션스의 사례를 들어 여전히 침체된 미 중부지역 제조업의 현실을 짚었다. 이 업체의 공장 인력은 지난 27개월 새 240명에서 130명으로 반토막 났다. 공장 가동률은 52% 수준에 그친다.
제조업체들이 관세장벽의 보호를 받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원자재와 부품비용 상승, 불확실성 증대로 투자를 포기하면서 고용시장이 얼어붙는 '관세의 역설'에 갇혔다는 분석이다.
관세정책의 지속가능성 자체도 흔들린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무효 판결을 내리면서 제동이 걸렸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122조를 대안으로 전 세계 교역국에 1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지만 의회의 승인 없이는 최대 150일에 그치는 임시방편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야당인 민주당이 순순히 관세 연장에 찬성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관세정책 명맥을 유지하면서 시간을 벌기 위한 과도기 조치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를 목적으로 지난 11일부터 한국을 포함해 16개국을 대상으로 시작한 무역법 301조 불공정 무역관행 조사도 공청회와 판정 절차가 필요해 실제 관세 발효까지는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즉각 관세를 부과했던 IEEPA 방식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평가다.
◇7월 이후 무역마찰·불확실성 다시 고조
독자들의 PICK!
기업들이 이미 납부한 관세의 환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본격적으로 제기할 가능성도 높다. 업계에선 이미 관세가 트럼프행정부의 재정 수입원이 아니라 '환급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송에 휘말릴 수 있는 전체 환급 대상액은 1750억달러(약 233조원)로 추산된다.
워싱턴의 전형적인 통상 매파들조차 현 상황에 우려를 표하기 시작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경제학자 출신이자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게리 허프바우어 수석 연구원은 "트럼프행정부가 무역법 122조라는 '응급처치'를 선택했지만 7월 데드라인이 다가올수록 기업들은 투자보다 현금보유와 법적 대응에 몰두할 것"이라며 "결국 관세정책이 미국 경제 전체의 기회비용을 키운 꼴"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7월을 '관세 2차전'의 분기점으로 본다. 트럼프행정부가 관세 연장 또는 확대를 선택할 경우 무역마찰이 다시 격화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관세의 강도를 완화할 경우 정책후퇴 논란과 함께 관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투자와 공급망 재편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외교통상가 한 인사는 "1년 전 '제조업 부흥' 을 꿈꿨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법정 공방과 시간 싸움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