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19구급차 운전할 사람이 없어요"...인력 채용 나섰지만 '미달'

[르포]"119구급차 운전할 사람이 없어요"...인력 채용 나섰지만 '미달'

홍효진 기자, 박수현 기자
2021.12.23 15:14
23일 오전 8시30분 서울 은평구 서울소방학교 본관 3층 면접 대기실에 코로나19(COVID-19) 전담구급대 기간제 노동자 채용 면접에 응시한 지원자들이 모여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23일 오전 8시30분 서울 은평구 서울소방학교 본관 3층 면접 대기실에 코로나19(COVID-19) 전담구급대 기간제 노동자 채용 면접에 응시한 지원자들이 모여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면접 준비 때문에 오랜만에 전공책까지 꺼냈어요."

23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소방학교 본관 3층. 서울소방재난본부(이하 본부)의 코로나19(COVID-19) 전담구급대(기간제) 채용 면접에 응시한 송모씨(여·30대 초반)는 자신감에 찬 말투로 이같이 기자에게 말했다. 송씨는 경기 하남시에서 면접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는 "병원에서 중환자실 응급구조사로 근무했었다"며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소방 쪽에서 많이 배우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9시까지 지원자 사전 등록이 이뤄졌다. 파란색 줄이 달린 명찰을 목에 건 지원자들의 눈빛엔 긴장감이 어렸다. 몇몇 지원자들은 화장실을 오가는 길에도 면접 예상 질문과 답변이 적힌 종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윤모씨(33)는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운전요원에 지원했다"며 "사회에 도움되는 일을 하고 싶어 지원하게 됐다"고 했다.

응급차 15대 추가했는데… 운전할 사람이 없다
23일 오전 8시 서울 은평구 서울소방학교 본관 3층 면접 대기실 앞에 코로나19(COVID-19) 전담구급대 기간제 노동자 채용 면접에 응시한 지원자들이 사전 등록을 위해 대기 중이다./사진=홍효진 기자
23일 오전 8시 서울 은평구 서울소방학교 본관 3층 면접 대기실 앞에 코로나19(COVID-19) 전담구급대 기간제 노동자 채용 면접에 응시한 지원자들이 사전 등록을 위해 대기 중이다./사진=홍효진 기자

본부는 지난 10월 서울시가 내놓은 코로나19 전담구급대 확대 방침에 따라 기간제 근로자 채용을 진행 중이다. 전담구급대 운영 이래 이번에 처음으로 기간제 근로자 채용한다. 채용 인원은 구급 분야 90명, 구급운전 분야 45명으로 총 135명이다. 채용되면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활동한다. 활동기간은 코로나 확진자 추이에 따라 1개월 단위로 연장된다.

소방본부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담구급대 기간제 노동자 채용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과 병상 부족 문제로 소방구급대원들의 신체적·정신적 피로도가 높아지자 대비책을 세운 것이다. 면접 현장에 동행한 본부 관계자는 "(병상이 없어) 코로나19 환자를 태우고 45시간 대기하기도 한다"며 "그동안 다른 출동을 나갈 수 없으니 구급차가 1대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번 채용 면접은 지난 21일부터 이날 오후까지 3일간 진행됐다. 본부는 선발된 인력을 바로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기존 20대였던 코로나19 전담구급차량에, 안쓰던 차량을 재정비해 응급차 15대를 추가 확보했다.

이번 채용 전형에는 전체 212명(구급 분야 169명·구급운전 분야 43명)이 지원해 209명이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90명을 뽑는 구급분야에는 169명이 지원했으나 45명을 뽑는 구급운전분야에는 지원자수가 43명에 불과했다. 구급차 운전요원 지원자수가 미달된 것이다.

면접 현장에 동행한 본부 관계자는 "오늘 오전에 6명이 (면접에) 안 왔는데 그중 2명이 운전분야 지원자"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운전요원은 자격증뿐 아니라 운전 경력이 중요하다"며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면 불합격인데 지원율도 저조하고 결시도 생겨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응 높이려면 근로자 정규직 전환 필요"
23일 오전 10시 서울 은평구 서울소방학교 본관 출입문 앞에 코로나19(COVID-19) 전담구급대 기간제 노동자 채용 면접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23일 오전 10시 서울 은평구 서울소방학교 본관 출입문 앞에 코로나19(COVID-19) 전담구급대 기간제 노동자 채용 면접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최종 합격자는 오는 28일 발표된다. 본부는 내년 1월 초 현장 투입을 목표로 오는 30일 1차 이론교육을 마친 뒤 다음 달 3~4일 이틀에 걸쳐 실습교육을 진행할 방침이다.

최종합격자들은 서울시 일선 소방서 15곳에 9명(구급대원 6명·구급운전요원 3명)씩 배치된다. 코로나19 전담구급대가 운영되고 있지 않은 관악·송파·노원·강북소방서를 우선으로 인력과 차량을 투입하겠단 계획이다.

하지만 차량을 운전할 지원자들이 미달인 상황에서 코로나19 전담구급차량 15대를 계획대로 충원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본부 관계자는 "지금으로 봐선 10대 정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어있는 운전 분야 자리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저희도 차후 계획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간제 근로자 중 일부라도 정규직으로 채용해 소속감을 높이고 감염병 사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인력이 보강될수록 대원들의 피로도도 감소되고 시민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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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진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홍효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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