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자체 간 민원갈등 해결, '양보와 협조'가 답이다

[기고]지자체 간 민원갈등 해결, '양보와 협조'가 답이다

이정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2022.01.11 03:40
/사진제공=국민권익위원회
/사진제공=국민권익위원회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지방자치제도를 시행한지 벌써 30년이 됐다. 그동안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풀뿌리 민주주의의 대명사인 지방자치제도는 어느덧 우리 삶 깊은 곳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아직 운영 관련 문제점 또한 어렵지 않게 목도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경계 부근에서 발생하는 접경지역 민원이다.

이런 민원은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우선 경계지역에서 발생해 자치단체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것이다. 경계에 위치한 시설물로 인해 이익과 손해를 보는 지자체가 다른 경우로 기피시설이 대표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책임이 분산돼 서로 핑퐁식 민원처리를 하거나 한쪽으로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 간 이해관계가 얽혀있거나 주민이 대립하는 경우 선출직 자치단체장의 최종 결정이 필요한데 양보나 타협이 어려워 단기간에 해결이 어렵다.

접경지역 민원은 장기 미해결로 남거나 자칫 지역 간 갈등으로 비화돼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곤 한다. 이런 갈등민원은 당사자들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워 이를 중재할 조정자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패방지권익위법 제45조 제1항은 다수인이 관련되거나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다고 인정되는 고충민원의 신속하고 공정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경우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그동안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접경지역 집단민원에 대해 중재자로 크고 작은 역할을 해왔다.

서울특별시 A구와 경기도 B시는 이웃한 기초자치단체다. 어느 날 접경지역에 위치한 B시 주민들은 지역 경계를 이루는 도로 확장으로 마을 진입로가 좁아져 교통사고 위험이 커졌다며 권익위에 집단민원을 제기했다. 확장된 도로에서 마을로 진입하기 위해 180도 이상 회전해야하는 위험한 구조 때문에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했던 주민이 대표로 민원을 제기한 것. 이 마을에는 창고 등 130여 개 시설이 있어 트레일러 같은 대형차량 진출입이 잦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확장도로와 마을 진입로 사이에 끼어 있는 A구의 공원부지 활용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A구는 왜 자기네 공원부지를 B시 주민들을 위해 훼손해야 하나며 볼멘소리를 냈다. 이에 권익위는 A구 공원부지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B시 주민안전도 확보할 수 있는 새 진입로의 최적 위치를 찾아 나섰다. 현장 확인과 함께 여러 설계도면을 놓고 수차례 논의한 끝에 공원부지 맨 끝부분을 활용해 새로운 진입로를 만들기로 당사자들과 합의했다.

접경지역 민원해소의 경우 권익위와 같은 중립적인 제3기관의 조정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조정해결은 갈등국면을 벗어나 관계기관 및 주민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 그러나 조정의 성공에 필요충분조건이 있다. 바로 당사자들의 협조와 양보다. 지방자치제도의 완성은 각 지자체만의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모두의 상생을 위해 조금씩 양보하고 협조해 한 지역을 넘어선 국민 전체 이익 실현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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