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우크라)를 침공한 지 4일째를 맞은 27일 재한 우크라이나인을 비롯해 국내에서 러시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진다. 재한 러시아인들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재한 우크라이나인 공동체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정동분수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규탄 집회'를 열고 "우리나라 사람 그만 죽이세요(Stop killing our people)"라 외쳤다.
공동체는 입장문을 내고 "러시아는 국제법도 어기고 유치원, 병원, 학교 등 민간인 시설을 공격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처절히 투쟁하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을 절박한 마음으로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재한 우크라인 약 15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입장문 발표 후 정동분수대에서 러시아대사관까지 30여분 행진했다. 경찰에 막혀 대사관 70m 앞 도로에 멈춰섰지만 이들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들으라는 듯 "평화롭게 살고 싶어요(We want to live in peace)"라 외쳤다.

우크라인들은 각양각색 포스터를 만들어 러시아 침공을 규탄했다. 3년 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며 입국한 폴리나(27)는 "수도 키예프 동쪽에 남은 가족이 하루 동안 수차례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지하실로 대피하는 생활을 이어간다"며 "지하실을 갖추지 못한 가정은 지하철역까지 뛰거나 집에 남아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한 삶"이라 말했다.
태티아나 조(27)는 친모가 걱정돼 3일째 신경안정제를 먹는다. 친모가 간호사라서 정부의 총동원령에 따라 출국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조는 "그나마 연락이 돼 다행이지만 수화기 너머로 사이렌 소리를 들을 땐 내 심장도 덜컥 내려앉는다"며 "매일 매일이 걱정"이라 말했다.
집회 참여자 중엔 고려인도 있었다. 김올레(Kim Oleh·34)씨는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아직 우크라에 남아계신다며 "러시아가 도대체 왜 전쟁을 시작했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도 같은 사람이다. 이 광분을 당장이라도 멈춰달라"고 말했다.

재한 러시아인들도 이날 오후 4시쯤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 전쟁을 지지한 적이 없다(We never supported this war)"이라 외쳤다.
이들은 "러시아인들도 이 전쟁을 원치 않는다(Russian don't want this war)" 구호를 10차례 외쳤다. "푸틴 없는 러시아(русский без путина·러시아 베즈 푸티나)"라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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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러시아인은 발언 기회를 얻어 "우크라인뿐 아니라 러시아 군인들도 죽고 있다"며 "이 전쟁이 러시아인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대신 사과하겠다는 러시아인도 있었다. 15년째 한국에 산 이고르 필리노모노프씨는 "러시아 정부가 이 전쟁을 최대한 빨리 멈췄으면 한다"며 "우크라인들에 대신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반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전세계로 퍼지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50개 이상 도시에서 반전 시위가 일어나 전날까지 3일 동안 약 2700명이 구금됐다. 총리 자택이 있는 런던 다우닝가와 일본 도쿄의 주요 기차역, 대만 일대에서도 반전 시위가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