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제기한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 소송에서 한국 정부가 배상금 3000억원(지연이자 185억원 포함) 지급 판정을 받은 것은 외환은행 매각 지연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책임과 론스타의 책임이 각각 절반씩 인정된 결과로 풀이된다. 론스타가 주장했던 나머지 쟁점은 모두 기각되면서 최대 6조원을 넘을 수 있다고 예상됐던 배상금이 대폭 줄었다.
이번 사건에서 최대 쟁점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이 한차례 무산되고 뒤늦게 이뤄지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책임이 있는지였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1조3834억원에 사들인 뒤 2008년 HSBC에 팔려다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쳐 계약이 불발되자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7억원에 매각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먹튀' 논란과 함께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두고 헐값 매각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 수사와 재판까지 진행됐지만 론스타는 재매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매각 승인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등 압박해 이익금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2008년 HSBC와의 매각 협상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가 규정된 심사 권고기간을 넘겨서도 승인 여부를 결정하지 않아 매각이 틀어졌고 2012년 하나금융지주와 협상할 때도 승인 지연 등으로 압박해 최종 매각가격이 낮아졌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중재 판정부는 한국 금융당국이 매각 가격이 인하될 때까지 승인을 늦춘 것은 권한 내 행위가 아닌 만큼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며 론스타의 주장을 일부 인정했다. 다만 외환은행 최종 매각가격이 낮아진 데는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외환은행 주가가 하락한 영향도 있다고 보고 론스타의 책임을 50% 인정했다.
당시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과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의 피의자로 검찰 수사를 받아 법원에서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수사를 담당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팀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포함됐다.
론스타가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외환은행 주가가 하락하면서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가 매각 가격을 재협상했고 최종 매각가격이 4억3300만달러 낮아졌다. 중재 판정부는 인하된 매각 가격의 절반인 2억1650만달러를 한국 정부의 총 배상금으로 인정했다.
이번 판정에서 주목할 부분은 판정부 3명 가운데 1명이 한국 정부의 책임이 전혀 없다는 소수의견을 냈다는 점이다.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인한 유죄판결로 금융당국의 승인 심사가 지연됐던 만큼 론스타의 책임이 100%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