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서울 한복판에 대마공장…범죄조직 혐의 적용 '일망타진'

[베테랑]서울 한복판에 대마공장…범죄조직 혐의 적용 '일망타진'

정세진 기자
2022.09.04 06:00

임근수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 팀장(경위)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임근수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 팀장(경위). /사진=임근수 경위
임근수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 팀장(경위). /사진=임근수 경위

지난 2월 서울 도심 주택가의 한 지하상가. 상가 지하층 공실 한 켠에 조명과 환기시설 등 주택가와 어울리지 않는 전문 설비가 갖춰져 있다. 경찰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성인 무릎 높이까지 자란 줄기와 잎이 보인다. 대마다.

임근수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 팀장(경위)과 수사관들은 상가 주차장에서 20대 A씨를 체포했다. 임 팀장은 A씨 등 일당 3명에 대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 아닌 형법 114조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다.

임 팀장은 이들이 전문 재배시설을 관리하면서 지휘·통솔 체계를 갖춘 점에 주목했다. 이들 일당이 판매와 유통, 돈세탁 등 서로 역할을 나눠 맡은 점도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뒷받침했다.

해당 혐의는 'n번방'과 '박사방'의 주범인 문형욱, 조주빈 등에 적용된 혐의다. 유죄가 인정되면 조직 내 지위와 상관없이 조직원 모두 같은 형량으로 처벌받는다.

A씨는 단순한 마약 판매 사범이 아니었다. A씨 등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 5월까지 서울 도심에 있는 주택가의 상가건물 지하층 등 4곳을 빌려 대마를 재배했다. 이들은 특정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 사이트에 대마를 판다는 글을 올렸다. B씨 등은 비대면으로 구매자에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받고 팔았다.

A씨 일당 중에는 돈세탁을 담당한 조직원은 암호화폐를 전송할 때 송금할 지갑으로 바로 보내지 않고 여러 개의 지갑으로 쪼갰다가 합쳐서 보내는 일명 '믹싱(mixing)' 방식으로 경찰의 추적을 어렵게했다.

임 팀장과 수사관들은 5개월의 노력 끝에 다크웹의 은밀성, 텔레그램의 보안성, 마약 판매 대금 추적의 어려움 등을 극복하고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입증할 증거와 진술을 확보했다.

마약 판매 장소 인근의 폐쇄회로(CC)TV를 모두 확보해 분석하는 등 공개하기 어려운 수사기법을 활용했다. A씨 일당 등은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들에게 대마를 구입해 검거된 사람만 110여명에 이른다.

마약범죄에서 범죄단체조직 혐의가 적용된 건 이번이 세번째다. 마약범죄는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 영화에서 묘사되는 것과 달리 실제 마약 거래는 판매책과 유통책 등이 여러 단계로 분리돼있다. 흔히 '○○파'로 불리며 위력을 과시하거나 단체 또는 집단의 존속·유지를 위해 폭력 등 범죄를 저지르는 조직폭력의 양상과는 다르다.

마약 판매 사범도 조직으로 활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개별적으로 소량 판매하는 속칭 '고사바리'들이 대다수다. 판매책과 공급책이 서로 얼굴도 모르는 경우도 있고 윗선의 신상 정보를 밝히지 않고 징역을 선택하는 이들도 많다.

연말_환각_음주_파티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연말_환각_음주_파티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주변에선 "마약 형사는 교도소 담장 타고 걷는다"며 반대...누적 검거인원 942명

2003년 경찰관이 된 임 팀장은 올해 18년차 형사다. 임 팀장은 가수 박유천씨, 황하나씨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수사하기도 했다. 임 팀장이 지금까지 검거한 마약류 사범만 942명에 달한다. 참고인 등 마약류 위반 혐의로 조사한 사람만 1200명이 넘는다.

임 팀장이 마약 수사관이 되겠다고 할 때 가까운 지인들은 하나같이 반대했다. '마약 형사 3년이면 죽는다' '마약 형사는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는 이유에서다.

마약수사를 어렵게 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마약에 중독된 속칭 '뽕쟁이'들은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해 없는 이야기를 꾸며내기도 한다. '마약 수사관이 내 마약을 훔쳐 갔다' '형사가 준 물을 마시고 소변 검사했더니 마약이 검출됐다'는 식이다.

수사에 협조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경쟁 세력을 제거하려는 속칭 '야당'도 문제다. 마약 투약 또는 판매 혐의로 붙잡힌 피의자는 보통 마약 수사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선처를 요구한다. 이때 자신의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정보를 왜곡하거나 이해관계에 따라 돈을 받고 특정 마약사범에게 유리하도록 거짓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마약 투약 사범들이 수사관을 공격하거나 투신하기도 한다. 마약 투약 사범 중 상당수는 '누군가 자기를 죽이려 한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투약 현장에서 식칼 손잡이에 테이프를 감은 흉기들이 자주 발견되는 이유다.

임 팀장은 "마약 수사관은 투약 사범이 있는 모텔이나 오피스텔의 출입문을 두드리지 않는다"며 "투약자가 7층에서 투신한 적도 있고 흉기로 공격을 시도하기도 한다"고 했다. 마약수사관들은 안전을 위해 6시간 이상 출입문 주변에 잠복하는 일도 흔하다.

해외에서 국내로 마약을 보내는 공급책 상선을 잡는 것도 쉽지 않다. 임 팀장은 2019년 9월 경기 화성시 모 클럽에서 필로폰을 판매한 태국인을 체포했지만 '내가 여기서 징역을 살면 그만이지만 상선을 불면 고향에 있는 내 가족이 위험해진다'며 끝내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한 번 투약으로 평생 중독…"마약하면 잡힐 수밖에 없다"

임 팀장은 호기심에 마약에 손을 대는 순간 경찰의 수사망에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필로폰 등 중독성이 강한 마약은 1회 투약만으로도 심각한 중독·의존 증세를 유발한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엮여있고 n번방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텔레그램을 이용해도 경찰의 추적을 피할 순 없다. 다크웹도 지방청의 마약 수사관들이 항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임 팀장은 "마약 수사관들은 '감자를 캔다'고 하는데 투약을 한 이상 안 잡히기가 어렵다"며 "아무리 숨어봐야 판매자와 구매자가 잡히면 선처를 위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면서 줄줄이 걸리고 투약자의 행동 변화를 주변에서 눈치채면서 투약 사실이 알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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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정세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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