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아직 못 들어간 집, 힌남노 또 덮치면…" 동작구 이재민들 한숨

[르포]"아직 못 들어간 집, 힌남노 또 덮치면…" 동작구 이재민들 한숨

김도균 기자
2022.09.05 16:31
5일 오전 10시쯤 서울 동작구 사당동 사당종합체육관. 동작구 이재민 대피소로 쓰이는 이곳에 머무는 60대 A씨가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 관련 뉴스를 보고 있는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5일 오전 10시쯤 서울 동작구 사당동 사당종합체육관. 동작구 이재민 대피소로 쓰이는 이곳에 머무는 60대 A씨가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 관련 뉴스를 보고 있는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이번주에는 집에 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역대급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빠른 속도로 북상하면서 지난달 수도권에 내린 기록적 폭우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은 추가피해 발생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6일 새벽 1시쯤 제주에 최근접한 뒤 같은 날 6~7시쯤 경남 남해안을 통해 내륙에 진입할 전망이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힌남노의 중심기압은 930h㎩, 최대풍속은 초속 50m(시속 180㎞)다. 강도는 '매우 강'으로 태풍 강도 분류에 따르면 사람이나 커다란 돌이 날아갈 수 있는 수준이다.

앞서 지난달 8~9일 수도권에 내린 폭우가 할퀴고 간 상처가 미처 아물기도 전에 태풍 소식이 들려오면서 이재민을 중심으로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청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5984명의 이재민 가운데 473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종합체육관에 차려진 이재민 대피소는 비교적 한산했다. 20동 남짓 남은 텐트 중 절반 이상이 비어있었다. 현재 사당종합체육관에 남아있는 이재민은 8가구 15명이다. 다른 대피소를 포함하면 동작구에서 발생한 391명 이재민 중 127명이 미귀가 상태다.

지난달 폭우 직후 이곳 사당종합체육관에 온 60대 A씨는 걱정어린 눈빛으로 TV 뉴스를 보고 있었다. 동작구 사당3동의 한 빌라 반지하에 살던 A씨의 집은 지난달 침수 피해를 입었다. 물이 무릎 높이까지 차올랐던 A씨의 집은 최근 복구를 거의 끝마쳐 A씨는 재입주를 앞두고 있었다.

A씨는 "이번주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태풍 뉴스를 보니 또 피해를 입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걱정되지만 별 수 있겠냐"며 말끝을 흐렸다.

침수 피해 복구를 마친 주민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빌라 1층에 사는 김옥순씨(67)의 집은 지난달 폭우로 집 근처 옹벽이 무너지면서 토사가 쏟아져 덮치는 피해를 입었다. 거실에만 피해를 입어 대피는 하지 않았지만 옹벽과 집이 복구되는 데 2주 정도가 걸렸다.

지난달 8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빌라 1층에 사는 김옥순씨(67)의 집. 당시 수도권을 덮친 기록적 폭우로 주변 옹벽이 무너지면서 돌과 토사가 쏟아지는 피해를 입었다./사진=김옥순씨 제공
지난달 8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빌라 1층에 사는 김옥순씨(67)의 집. 당시 수도권을 덮친 기록적 폭우로 주변 옹벽이 무너지면서 돌과 토사가 쏟아지는 피해를 입었다./사진=김옥순씨 제공

김옥순씨는 "건물이 충격을 좀 받았는지 빌라 지하 주차장 벽이 밀려나왔는데 구청에서는 원래 있던 건지 폭우로 생긴 건지 규명이 필요하다며 복구가 안 되고 있다"며 "태풍이 올라온다고 하니 그런 부분들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폭우로 생계 터전을 잃은 상인들 역시 한달도 안 돼 들려오는 역대급 태풍 소식에 우려를 표한다. 추석 대목을 앞둔 터라 걱정은 더욱 커진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성시장에서 30년 넘게 건어물을 파는 김정인씨(69)의 가게 역시 지난달 발목 높이까지 물이 차면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김정인씨는 "말린 오징어랑 이것저것 해서 20만원어치 정도 버렸고 냉동고 모터가 고장나서 수리하는 데 100만원 넘게 들었다"며 "요즘은 또 비가 들이칠까봐 물건들을 다 높은 곳에 올려놓고 가게문을 닫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인씨는 "비가 또 이렇게 오니 추석 대목장이고 뭐고 다 끝났다"고 했다.

같은 시장에 있는 정육점의 피해는 더욱 컸다. 윤재평씨(38)가 일하는 가게는 지난달 폭우로 4000여만원의 재산 피해를 봤다. 물건의 단가가 높은 데다 고가의 기계를 운용하는 탓이다.

윤씨는 가게 벽을 가리키며 "비가 여기까지(약 120cm 높이) 와서 고기를 보관해 놓은 냉동고는 물론 고기 써는 기계까지 다 망가졌다"며 "버린 고기가 2000~3000만원 정도 되고 기계 수리하는 데는 1000만원 정도 들었다"고 했다.

5일 오후 3시쯤.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성시장의 한 정육점에서 일하는 윤재평씨(38)가 벽을 가리키며 지난달 폭우로 물이 들어찬 높이를 알려주고 있는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5일 오후 3시쯤.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성시장의 한 정육점에서 일하는 윤재평씨(38)가 벽을 가리키며 지난달 폭우로 물이 들어찬 높이를 알려주고 있는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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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산업1부 김도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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