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조사 중에도 "같이 할래?"…10대 파고든 마약의 유혹

경찰조사 중에도 "같이 할래?"…10대 파고든 마약의 유혹

조준영, 정경훈 기자
2023.04.08 08:00

[MT리포트-10대로 번진 마약, 중독의 덫]①

#. 고등학생 때 만난 남자친구에게서 처음 마약을 접한 A양. 남자친구와 헤어지자 'A가 마약을 한다'는 얘기를 들은 또 다른 남자가 접근해 마약을 권했다. A양이 힘겹게 약을 끊기로 결심한 뒤에도 이미 신상정보가 퍼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타고 "마약을 같이 하자"는 연락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함께 마약투약 혐의로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전 남자친구로부터 "마약을 사줄테니 같이 하자"는 문자를 받았다.

A양 사건을 수임한 손주현 법무법인 LKB 변호사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 10대 청소년의 마약 범죄는 성인 못지않은 수준"이라며 "A양 사례처럼 대부분 지인들의 유혹이 계속 되고 이를 떨쳐내지 못하면서 재범, 삼범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10대 청소년들이 마약범죄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지고 있다. 지난 3월 14살 중학생이 SNS로 필로폰을 구입해 투약했다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데 이어 최근엔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와 학교 앞에서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집중력이 좋아진다"며 마약음료을 마시게 한 뒤 부모 전화번호를 받아내 아이의 마약 복용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한 사건이 발생했다. 안전하다고 여겼던 거리와 아이들이 이제 더는 마약에서 무사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음식 배달하듯 구한 마약, 코노·카페 화장실에서

10대들이 마약에 손을 대는 순간 스스로 헤어나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로 만나지 않고 SNS를 통해 비트코인을 주고 약속 장소에서 가져오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음식 배달하듯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렇게 구한 마약은 코인노래방이나 프랜차이즈 카페 화장실 등 10대들이 흔히 모이는 공간에서 무리 지어 투약이 이뤄진다.

특히 10대 여성은 성적인 목적을 가진 남성들의 집중타깃이 된다. 마약 유통책이 여성에게 약을 무상으로 제공해 중독상태에 이르게 하고 남성들은 소개비 명목으로 마약비용을 대신 지불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던지기' 같은 비대면 거래 대신 주변 지인들을 통해 마약을 공급받는 경우 관계를 끊어내기는 더 힘들다. 마약의 유혹에 취약해진 상태를 아는 지인들은 더 은밀하고 대담하게 투약을 제안한다. A양의 사례가 그렇다. 눈앞에 주사기를 꺼내들고 "진짜 안할거야? 그럼 나 혼자 한다"며 애써 다진 단약의지를 무력화시킨다. 연락을 차단하고 핸드폰번호를 바꿔도 결국 지인을 건너건너 다시 접근하는 일이 반복된다.

마약사범으로 적발된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유통책들은 진술거부와 조작을 종용하려고 끊임없이 마약을 제공한다. 심지어 검찰청과 법원이 있는 서울 교대역 인근 오피스텔에서 "지금 약하고 있는데 오겠냐"고 연락하는 대담함까지 보인다.

단순 투약 넘어 판매조직에도 10대…"예방·치료 병행 필요"
10대가 주축이 된 마약유통조직 5명이 소지한 마약류.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판매목적으로 소분해 소지한 케타민, 액상대마, 마약류 포장도구, 마약류 판매대금 압수품. /사진제공=수원지검
10대가 주축이 된 마약유통조직 5명이 소지한 마약류.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판매목적으로 소분해 소지한 케타민, 액상대마, 마약류 포장도구, 마약류 판매대금 압수품. /사진제공=수원지검

10대들이 단순 투약이나 지인간 거래를 넘어 전문적인 유통·판매조직에 빠지는 악순환도 포착된다. 마약에 중독돼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마약 배달·유통책으로 일하거나 마약과 성을 교환하는 일명 '몸딜'을 하면서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경우다.

10대 중반부터 펜타닐에 중독된 B씨는 10대 후반에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처방받은 펜타닐을 복용하고 밀매상에게 약을 수십회 매수해 투약한 뒤 일부를 재판매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수원지검은 지난 7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마약유통 조직원 A(21)·B(19)·C(17)·D(19)·E(18)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올해 3월 엑스터시(MDMA) 438정, 케타민 256.12g, LSD 162장 등을 소지하면서 '던지기' 수법으로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강력한 단속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한 중독성으로 약물의존도와 재범률이 높은 마약사범의 특성상 치료와 재활인프라가 병행돼야 반복되는 투약과 검거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해국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은 "미국처럼 '약물법원'을 설치해 주기적으로 법원에서 마약사범 치료를 확인하는 제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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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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