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망령 '코리아 신드롬'[광화문]

되살아난 망령 '코리아 신드롬'[광화문]

최석환 정책사회부장
2023.06.12 05:55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3.2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3.2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달 17일. 여든을 앞둔 한 노교수의 방한에 이례적인 관심이 쏠렸다. 세계적인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David Coleman)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2006년 열린 유엔(UN) 인구포럼에서 "인구소멸로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로 대한민국을 지목해 유명세를 탔다. 당시 콜먼 교수가 명명한 '코리아 신드롬'은 우리나라의 암울한 저출산 문제를 상징하는 대명사로 인식되며 두고두고 회자됐다.

그는 이날 인구문제 전문 민간 싱크탱크인 한반도미래연구원이 주최한 학술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도 "지금까지 한국을 4번 방문했는데 매번 한국의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한국의 저출산 극복은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동아시아 지역의 종말을 말하기는 이르지만 2750년 지구상에 한국인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일본인은 3000년도 정도에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며 "문화적 시각이 바뀌지 않으면 한국의 결혼율과 출산율 반등은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콜먼 교수가 '인구소멸국가 1호'를 언급할 때만해도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13명이었지만, 지난해엔 0.78명까지 낮아지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꼴찌로 떨어졌다. 이미 연간 출생아수가 7년 연속 감소하며 역대 최저치인 25만명 아래로 내려갔는데도 좀처럼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 악화되는 모습이다. 올 들어서도 1분기(1~3월) 합계출산율이 0.81명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지난해 1분기 0.87명)를 갈아치웠고, 출생아 수(6만4256명)도 마찬가지였다. 월 출생아 수의 경우 2015년 12월부터 90개월 가까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주목하고 있는 일본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한국보다 낫다지만 일본의 지난해 합계출산율도 1.26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합계출산율이 1.2명대로 주저앉은 건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출생아 수도 77만747명으로 전년 대비 5% 줄었다. 외국인을 제외한 출생자 수가 80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1899년 관련 통계 시작 이후 최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30년 전까지가 저출산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며 연초부터 '이차원(異次元·차원이 다름)'의 저출산 대책을 강조해온 배경이 된 셈이다. 이런 절박한 심정은 일본 정부가 최근 "3조5000억엔(약 35조원)을 쏟아붓겠다"며 아동수당 확대와 교육비 부담 경감 등의 방안을 담아 공개한 '어린이 미래전략 방침'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우리 정부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하고 확실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문 이후 다각도로 해법을 찾고 있지만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나 신뢰가 크지 않은게 문제다. 앞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2006년부터 17년간 저출산에 약 320조원을 투입했지만 정책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평가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현재로선 마땅한 돌파구가 없어 보인다.

그나마 출산율 제고를 위한 기업들의 자구안은 위안거리이자 기댈 수밖에 없는 희망의 끈이다. 사내에서 운영 중인 가족·출산친화제도가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포스코'나 결혼하면 1억원의 주택자금을 빌려주고 셋째 아이를 낳으면 곧바로 승진을 시켜주는 파격을 보여준 '한미글로벌'이 대표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다면 좋은 정책이라도 작동하기 어렵다"(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기업이 정부 정책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는 전문가들의 제언을 귀담아 들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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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환 산업1부장

"위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던 셰익스피어의 말을 마음에 담고, '시(詩)처럼 사는 삶(Deep Life)'을 꿈꿉니다. 그리고 오늘밤도 '알랭 드 보통'이 '불안'에 적어둔 "이 세상에서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덮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란 글을 곱씹으며 잠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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