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혼자 올레길 간 뒤 연락 '뚝'…벗겨진 운동화만 덩그러니[뉴스속오늘]

女 혼자 올레길 간 뒤 연락 '뚝'…벗겨진 운동화만 덩그러니[뉴스속오늘]

홍효진 기자
2023.07.12 05:30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주 대표 관광코스 올레길에서 40대 여성 강모씨가 실종됐다. 2012년 7월12일 오전 8시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게스트하우스를 나선 강씨는 그대로 연락이 두절됐다. 전날인 11일 2박3일 일정 여행차 홀로 제주에 도착한 강씨는 13일 서울 집으로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14일까지도 행방이 묘연했다.

가족들의 실종신고로 수사가 진행되던 같은 달 20일 제주 구좌읍 김녕리 만장굴 인근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잘린 오른쪽 손목과 운동화가 발견됐다. 지문 검사 결과 12일 실종된 강씨의 것으로 밝혀졌고, 부패 상태로 미뤄볼 때 실종 당일 살해된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강씨 가족들은 블로그를 통해 강씨를 애타게 찾았지만 강씨는 끝내 한 대나무숲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 사건은 걷기 열풍 속에 제주 올레길이 큰 인기를 끌고 있던 시절 벌어져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홀로 떠난 제주 여행…숙소 나선 뒤 행방불명

제주 올레길 탐방객 살해범 강성익. /사진=뉴스1
제주 올레길 탐방객 살해범 강성익. /사진=뉴스1

숨진 강씨가 제주도에 도착한 건 실종 전날인 2012년 7월11일이었다. 당시 강씨는 올레길 1코스를 탐방하려 했지만 비가 쏟아지자 일정을 취소했다. 서귀포 성산읍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보낸 강씨는 12일 오전 8시쯤 올레 1코스를 걷겠다며 숙소를 나선 뒤 종적을 감췄다. 돌아오는 날이었던 13일을 지나 14일까지도 아무 연락이 닿지 않자, 강씨 가족들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 수사가 이어지던 같은 달 20일 구좌읍 김녕리 만장굴 인근 한 버스정류장 의자 위에서 운동화 1켤레와 잘린 오른쪽 손목이 발견됐다. 당시 한 공공근로자가 이를 발견한 뒤 경찰에 신고했고, 지문 검사 결과 실종된 강씨의 것으로 밝혀졌다. 부패 상태로 볼 때 강씨는 실종 당일 살해된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운동화에 흙이 많이 묻어있는 점을 미뤄볼 때 강씨가 실제 올레길을 걸었던 것으로 봤다. 당시 강씨 통화내역에는 제주에 도착한 뒤인 11일 오후 12시44분~4시 총 4차례에 걸쳐 숙소 업주와 통화했다. 실종 당일인 12일에는 오전 7시38분부터 38초간, 오전 8시12분부터 6분11초간 인터넷에 접속한 기록이 확인됐다. 접속 위치는 구좌읍 종달리 기지국. 강씨의 신체 일부가 발견된 구좌읍 만장굴 인근과는 18㎞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강씨가 가겠다고 했던 올레1코스는 성산읍 시흥리에서 구좌읍 종달리를 거쳐 광치기 해변까지 이르는 코스였다. 추적 결과 강씨의 금융거래 내역도 통장에 잔액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였다. 신용카드 역시 왕복항공권 구입과 버스비를 지불한 것 외에는 다른 사용처는 없었다. 당시 숨진 강씨의 남동생은 블로그를 통해 '누나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범인 꼭 잡을게' 등 심정이 담긴 글을 올리며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용의자는 운동화와 절단된 손목이 발견된 뒤 3일 만인 23일 붙잡혔다. 그는 인근에 거주하던 강성익(당시 44세). 그는 범행을 시인하며 시신의 남은 부분은 시흥리 두산봉(말미오름) 대나무밭에 유기했다고 진술했고, 실제 현장 수색 결과 강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상의가 벗겨진 시신은 얼굴 부분이 심하게 부패된 상태였다.

"성폭행 시도에 반항하자 살해"…살인범의 자백

당초 피의자 강씨는 소변을 보던 자신을 피해자가 성추행범으로 오해, 신고하려 하자 휴대전화를 빼앗는 과정에서 목을 졸랐다고 진술한 바 있다. 성범죄 관련성에 대해서는 부인해온 것.

그러나 거짓말탐지기를 동원해 조사한 결과 강씨가 피해자를 성폭행하려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반항하자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는 12일 오전 8~9시쯤 올레 1코스 중간지점 벤치부터 피해자를 쫓아간 뒤 두산봉 정상 부근에서 휴식을 취하던 피해자를 지름길로 앞질러 가 목을 졸라 살해했다.

강씨는 범행 장소 인근의 한 농경지 돌담에 시신을 유기했고 당일 시신 유기 장소를 다시 찾아 시신 상태를 확인하기도 했다. 이때 강씨는 피해자의 휴대전화 등 소지품을 범행 장소 인근에 나눠 버렸다. 이튿날 밤 강씨를 차량을 통해 시신을 인근 대나무숲으로 옮겼고, 살인 이틀 뒤인 14일 오후 10시쯤 대나무숲 15m 안쪽에 시신을 매장했다.

같은 달 19일 오후에는 시신을 다시 꺼내 손목을 절단, 약 18㎞ 떨어진 버스정류장 의자에 갖다 놓기도 했다. 강씨가 피해 여성의 시신을 다시 찾은 것만 총 4차례다. 특히 그는 시신 유기에 앞서 성산읍의 한 PC방을 찾아 게임 등에 로그인한 상태로 PC방을 나선 뒤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강씨의 이 같은 행동들이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한 알리바이를 만들려던 목적으로 판단했다.

사건 이후 올레길의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입구 및 주요 지점에 CCTV 등이 없다 보니, 위험 상황 발생 시 대처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었다. 사건 이후 올레길은 잠정 폐쇄됐고 이후 파장이 가라앉은 뒤 재개장됐다.

범인 강씨는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성폭력 결합 살인 혐의가 인정됐다. 당시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으나 배심원 다수가 유죄 판결 및 징역 23년을 택했고, 판사가 이를 받아들여 선고를 내렸다. 이후 항소심에서도 징역 23년, 대법원도 형을 확정해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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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진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홍효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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