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18일,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참사…희생학생 10주기

"수영 한 번 하자"
빨간 모자를 쓴 교관이 말했다. 그 한마디에 충남 공주사대부고 학생 80명이 뒷걸음질로 물이 목까지 올라오는 바다에 들어갔다. 구명조끼도 입지 않았다. 학생 23명은 바닥이 움푹 파인 갯골에 휩쓸렸다. 교관은 물에 빠진 학생들을 쳐다보기만 했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학생들은 인간띠를 만들어 4~5명씩 짝을 지어 친구 여러 명을 구했다. 그러나 김동환, 이병학, 이준형, 장태인, 진우석군(당시 모두 17세) 5명이 실종됐고 사건 다음 날 이들은 숨진 채 발견됐다.
예정된 인재라고 평가받는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참사' 이후 전국의 해병대 캠프를 비롯한 수련 활동의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정부의 공식 인증을 받지 않은 청소년 수련 프로그램은 전면 금지됐다. 7월18일은 '연안안전의 날'로 지정됐다.

2013년 7월18일, 공주사대부고 학생 197명이 참여한 사설 해병대 캠프의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캠프가 있던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됐다. 전날은 비가 내렸다. 지역 주민들은 캠프 측에 바다 훈련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캠프 측은 훈련을 강행했다.
학생 197명은 당일 안면도 앞바다에서 두 개 조로 나뉘어 'IBS(상륙용 고무보트) 해상훈련'을 받았다. 첫 번째 조에 포함돼 고무보트를 타고 바다에 나갔던 80명이 모래사장으로 돌아왔다. 다음 조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넘겨주고 대기하던 중이었다.
오후 5시10분쯤 교관은 벌을 주겠다며 10여명씩 줄을 세우고 뒷걸음치며 바다에 들어가게 했다. 학생 23명이 갯골에 무방비로 휩쓸렸다.
당시 공개된 생존학생 진술서를 보면 아이들이 허우적대는 사이 교관은 구조에 나서지 않은 채 호각만 불어댈 뿐이었다. 겨우 물에서 빠져나온 학생들이 되레 손에 손을 잡고 긴 띠를 만들어 친구들을 구해냈다. 그러나 목까지 차오른 깊은 바다에 김동환, 장태인, 진우석군은 손을 놓치고 말았다.
수영을 잘했던 이병학군과 이준형군은 겨우 뭍으로 빠져나왔지만 친구들은 아직이었다. 친구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이들은 다시 바다에 들어가 친구들을 끌고 나왔다. 그러다 파도에 휩쓸리고 말았다. 여러 학생이 친구를 구하러 나섰던 이 둘의 모습을 봤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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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5명이 실종됐는데도 교관들은 해경에 즉각 신고하지 않았다. 그 5명이 숙소에 가 있을 거라면서 한 아이에게 확인하도록 지시했다. 그래도 5명이 없자 오후 5시34분에야 해경에 신고했다. 사건 발생 후 신고하기까지 20분 이상 낭비된 것.
신고를 접수한 해경은 수색작업을 벌였고 실종 다음 날인 7월19일 5명의 시신을 인양했다. 이들의 시신은 대부분 갯벌에 생긴 깊은 웅덩이인 갯골 부근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와 교육부 조사 과정에서 다단계 하청 구조와 허술한 캠프 운영, 당국의 관리·감독 소홀 정황이 드러났다.
사고가 발생한 해병대 캠프는 해병대와 무관한 충남 태안의 한 유스호스텔이 운영하는 민간 청소년 수련시설로 밝혀졌다. 청소년 체험활동 인증을 받지 않은 시설이었으며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전문교육 업체도 아니었다. 원청인 사설 업체 한영티엔와이와 하청 계약을 맺은 코오롱트래블여행사가 캠프훈련 담당업체인 해병대리더십에 재하청을 주는 식이었다.
일부 교관은 일당을 받는 임시직 해병대 출신 강사였다. 당시 태안해양경찰서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교관 32명 중 인명구조사 자격증 소지자 5명을 비롯해 1급 수상레저 자격면허 5명, 2급 수상레저 자격면허가 3명"이라며 "일부 교관은 정규직이 아닌 아르바이트였다"고 했다.
또 사업자 등록만 하면 누구나 캠프 운영이 가능했지만 지방자치단체와 교육당국 중 관리·감독에 나선 기관은 없었다.
1심 재판부는 유스호스텔 대표 오모씨(49)에게 수상레저안전법 위반으로 징역 6개월, 이사 김모씨(50)에게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금고 1년을 선고했다.
또 사설 캠프 대표 김모씨(48)와 캠프 교육팀 본부장 이모씨(44)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각각 금고 1년6개월, 현장 교관 이모씨(30)와 김모씨(37)에 대해 각각 금고 2년과 금고 1년4개월을 선고했다.
캠프 책임자 6명은 모두 항소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유스호스텔 대표 오씨의 항소가 기각됐다. 오씨는 보석도 취소돼 재수감됐다.
형량을 늘리기도 했다. 또 재판부는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금고 1∼2년을 선고받은 캠프 교육팀 본부장 이씨 등 5명의 항소도 기각했다. 이씨와 현장 교관 김씨에 대해서는 형량을 늘려 각각 금고 2년6개월과 2년을 선고했다.

공주사대부고는 뭍에서 다시 바다로 향하고 바다에서 인간띠를 만든 다섯 희생자 모두를 의사자로 인정해 달라고 태안군청에 신청했다. 친구를 살리겠다는 숭고한 희생정신과 살신성인의 자세가 모든 사람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 태안군청은 해경의 사건 조사 내용을 검토해 보건복지부에 의사자 신청을 냈다.
2014년 5월 보건복지부는 이준형군을 의사자로 인정했다. 그러나 다른 4명은 의사자로 인정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복지부는 "친구를 구조하려 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 통보했다.
이병학군의 경우 유족이 그를 의사자로 인정해달라고 다시금 행정소송을 냈지만 법에 정해진 소송 제기 시한을 넘겼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7년 6월 행정법원 재판부는 "(소송 제기 시한인) 90일이 넘긴 지난해 6월15일 제기된 이 소송은 제소 기간이 지나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행정 소송 심판 대상이 되려면 행정 처분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법원은 지난해 김동환·장태인군의 유족이 의사자로 인정해달라고 낸 소송에서도 이들이 구조활동을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인간띠는 스스로 구조되기 위한 협동작업의 성격이 짙다"며 "다른 학생들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행위였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 유족은 현재 4·16 세월호 참사, 대구 지하철 참사 피해자 등 재난 참사 피해자 단체와 연대해 △재난 피해자 권리 옹호센터 설립 △생명안전기본법 공론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