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에 어르신이 앉아있는데 뭔가 이상해요."
24일 오후 3시6분쯤 서울 성동경찰서 서울숲지구대로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자인 버스 기사는 "고령의 할아버지가 버스를 탔는데 치매 노인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영하 6도를 밑도는 추운 날씨에 티셔츠와 얇은 패딩 점퍼, 솜바지, 털모자를 쓴 채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기사가 어디로 가는지 묻자 할아버지는 "인천"이라고 답했다가 "을지로" "장충체육관"이라고 말하는 등 횡설수설했다.
이 같은 신고를 받은 민성훈 서울숲지구대 2팀 경사는 즉시 현장에 출동했다. 버스 기사는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성동구의 한 버스 정류장 앞에 차를 세운 채 기다리고 있었다. 민 경사가 버스 내부를 살펴보니 할아버지는 뒷좌석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다가가 말을 걸자 할아버지는 "경찰이 무슨 일로 왔느냐"며 깜짝 놀랐다.

할아버지는 휴대폰을 따로 갖고 있지 않았다. 주소지, 인적사항을 보여주는 팔찌나 목걸이도 따로 없었다. 민 경사는 우선 할아버지를 모시고 지구대로 이동했다. 신분증을 보니 할아버지는 올해 103세로 동대문구에 거주하고 있었다. 동대문구에서 성동구 일대까지 혼자 돌아다닌 것이었다.
지구대로 이동하는 사이, 휴대폰에서 실종 경보 문자가 삐빅 울렸다. 문자를 보니 할아버지 이름, 나이, 주소지 등이 그대로 적혀있었다. 할아버지는 이날 오전 5시30분쯤 아내가 잠든 사이 혼자 집 밖으로 나왔다. 이를 알아차린 딸이 오전 9시쯤 인근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했다.
민 경사는 실종수사팀의 확인 요청을 받고 재차 확인한 뒤 보호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후 할아버지 가족들이 지구대에 도착할 때까지 말동무를 해드렸다. 따뜻한 물을 건네기도 하고 인생 이야기, 가족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눴다. 가족과 연락이 닿았으니 조금만 기달려 달라고 안심시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119 구급대원도 할아버지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계속해서 확인했다.
실종신고를 한 지 약 7시간 뒤, 딸은 아버지와 재회했다. 딸은 고령의 아버지를 보고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는 "아버지가 오랜 시간 연락이 안된 게 처음이었다"며 "추운 날에 고생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됐는데 이렇게 아버지를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올해 5년차인 민 경사는 뿌듯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가족들을 안전하게 인계했을 때 제일 뿌듯한 것 같다"며 "실종 가족들은 하염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는데 그럴 때 도움이 된 것 같아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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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날씨가 많이 추워지면서 치매 노인분들에 대한 실종 신고가 자주 접수된다"며 "그럴 때는 시민들의 관심이 중요하다. 거리에 의심이 되는 사람을 발견하면 유심히 지켜보고 경찰에 신고하는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