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님께 한 번도 진지하게 사랑한다는 말 못했지만, 지금 할게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2011년 12월20일. 대구의 한 아파트 7층 베란다에서 중학교 2학년 A군이 떨어져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집에서는 A군이 남긴 A4 4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는데, 평소 동급생 2명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유서에 따르면 A군은 그해 3월부터 12월까지 9개월 동안 괴롭힘에 시달렸다. 동급생 서모군과 우모군은 게임 레벨이 높았던 A군에게 자신의 캐릭터를 키워달라고 요구했고, A군이 이를 거절하면서 괴롭힘이 시작됐다.
서군과 우군은 "우리 형 조폭이다", "게임을 하고 있냐", "때린다" 등 감시와 협박을 일삼으며 A군에게 160일간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 게임을 시켰다. 수업 시간, 심지어 시험 기간에도 공부하지 말고 게임할 것을 지시하며 A군의 문제집을 빼앗기도 했다.
이들은 숙제를 대신 해달라거나 술, 담배를 사 오라는 등 심부름도 지시했다. 또 인터넷 쇼핑몰에서 고가의 물건을 주문하고, A군에게 계산을 강요했으며, 약값이나 병원 진료비까지 요구했다.
서군과 우군은 A군 명의인 통장과 체크카드에서 돈을 강제로 인출해 유흥비로 탕진하기도 했다. A군이 계좌 비밀번호를 말하지 않거나, 잘못된 비밀번호를 알려주면 각목,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행하고 물고문했다. 폭행은 대부분 A군 집에서 이뤄졌으며, A군은 서군과 우군이 떠나고 집에 남겨진 흔적을 스스로 치워야 했다.
A군은 유서에서 "12월19일 라디오를 든 채로 무릎을 꿇게 하고 벌을 세웠다. 피아노 의자에 눕힌 뒤 손을 묶고 무차별적으로 구타했다. 제 오른팔에 불을 붙이려고 했고, 라디오 선을 뽑아 목에 묶고 끌고 다니면서 던져주는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라고 했다. 가족사진을 보고 욕을 했다. 걔들이 집을 나가고 저는 제 자신이 비통했다"고 말했다.
A군은 사망 전날까지 두 달간 최소 30차례 구타당했는데, 옷으로 가려지는 신체 부위에만 멍자국이 남아있었다.

A군은 자신의 아픈 기억을 들춰내면서도 가족에 대한 사랑을 빼놓지 않았다. 유서 곳곳에는 가족에 대한 애정과 배려가 묻어났다. 특히 그는 가해자 서군과 우군이 집 도어록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며 '비밀번호를 바꿔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A군은 "마음씨 착한 우리 아빠, 나에게 베푸는 건 아낌도 없는 우리 엄마. 내게 잘 대해주는 우리 형을 둔 저는 정말 운이 좋다"며 "매일 장난기 심하고 철이 안 든 척했지만, 속으로는 무엇보다 우리 가족을 사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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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집에 먹을 게 없어져서, 게임을 너무 많이 한다고 혼내실 때 부모님을 원망하기보다는 그 녀석들에게 당하고 살며 효도도 한 번도 안 한 제가 너무 얄밉고 원망스러웠다"며 "제가 없다고 해서 슬퍼하시거나 저처럼 죽지 마라. 가족이 슬프면 저도 슬플 것"이라고 당부했다.

A군의 유서가 공개되면서 여론은 들끓었지만, A군이 다닌 중학교 측은 오히려 가해자 서군과 우군을 '평범한 학생'이라며 두둔하고 나섰다.
교감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하루 항의 전화가 수십통씩 걸려 와 업무가 마비됐다. 최근엔 김군 책상에 놓아달라며 꽃을 갖고 오는 시민들까지 있어 돌려보내고 있다"며 "자살한 애 영웅 만들 일 있냐. 다른 애들이 멋있게 보고 뛰어내리면 어떡하려고 책상에 꽃을 놓아두냐"고 하기도 했다.
가해자들은 조금도 반성하지 않았다. 이들은 A군의 사망 이튿날 "(죽었는데) 어쩌지? 선생님한테 혼나면 뭐라고 하지", "몰라 그냥 인정하지 뭐ㅋㅋㅋ", "감방 안 간다. 내일 이야기하자" 등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가해자들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12년 2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주범인 서 군에게 징역 장기 3년 6개월에 단기 2년 6개월, 공범인 우 군에게는 징역 장기 3년에 단기 2년형을 선고했다.
가해자들은 "평범한 중학생이 저지른 일인 만큼 사회에서 격리시키기보다 교화와 교육이 더 중요시돼야 한다"며 항소했고, 항소심도 이를 받아들여 각각 장기 3년과 장기 2년 6개월로 감형했다. 이후 양측 상고가 기각되면서 형이 확정됐다.
이들은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지 1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피해자 유족에게 사과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