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2월 19일.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김보름, 노선영, 박지우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이 8개팀 가운데 7위에 머물면서 탈락했다.
이 종목은 3명이 팀을 이뤄 400m 트랙을 6바퀴 돌아 마지막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기록으로 순위를 매긴다.
하지만 경기 운영면에서 최악의 팀워크를 보이며 충격을 안겼다. 마지막 바퀴에 접어들자 대표팀의 김보름과 박지우는 앞으로 치고 나갔고 노선영은 크게 뒤처져 홀로 결승선을 끊게 됐다.
이 경기를 두고 김보름과 박지우가 동료를 버리고 '왕따 주행'을 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경기 후 김보름 "마지막에 (노선영의) 체력이 많이 떨어지면서 격차가 벌어졌다"고 웃음기를 머금은 채 말하는 인터뷰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논란이 됐다. 노선영 선수가 뒤처진 것을 패인으로 꼽는 듯한 이 발언은 공개적으로 '왕따 주행'이었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난이나왔다. 이후 김보름은 SNS를 폐쇄했다.
일이 커지자 감독과 선수 전원이 수습에 나섰다. 경기 다음날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다만 노선영은 출발 10분 전 감기몸살을 이유로 불참했다.
백철기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여자 팀추월 경기를 하루 앞두고 경기 전날 노선영이 작전을 제시했다. 더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 앞에 2명이 속도를 유지하고 노선영이 뒤에서 따르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위험성이 있었지만 노선영이 1500m 성적도 좋고 컨디션도 좋아보여 수락했다"고 말했다.
세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는 "노선영이 재입촌한 뒤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후에는 운동장 밖에서 잘 지내고 화합하는 분위기였다"고도 했다.
노선영의 불참에 대해 백 감독은 "기자회견에 오기 전 감기몸살이 너무 심해서 참석할 수 없다고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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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노선영은 이후 백 감독의 설명을 전부 반박했다. 노선영은 "(작전에 대해) 직접 말한 적은 없다. 전날까지 내가 (마지막에) 2번째로 들어가는 거였는데 시합 날 워밍업 시간에 (감독이) 어떻게 하기로 했느냐고 물어봐서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다"는 것이다.
또 노선영은 "대표팀 선수들끼리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경기에 대한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서로 훈련하는 장소도 달랐고 만날 기회도 별로 없었다.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김보름을 향한 대중의 비난이 쏟아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그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라는 민원이 올라왔고 60만명이 넘는 국민이 동의했다.
국민적인 비판 여론이 일자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한 특별감사를 진행했다.
문체부는 2018년 5월 감사 결과 왕따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김보름과 박지우가 노선영을 배제한 채 속도를 높인 것에 고의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문체부는 "국내외 스피트스케이팅 팀추월 경기 중 일부 선수가 뒤처지는 사례는 다수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름은 논란이 발생한 지 11개월만인 2019년 1월 입을 열고 노선영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며 당시 불거졌던 논란과 정반대 주장을 내놨다.
노선영은 김보름의 발언에 대해 "어이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김보름과 노선영의 진실공방은 법정으로 옮겨갔다.
김보름은 2010년부터 올림픽이 있었던 2018년까지 노선영으로부터 훈련 방해·폭언 등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2020년 11월 2억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김보름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노선영의 지속적 폭언과 욕설에 따른 정신적 피해를 일부 인정해 "노선영이 김보름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노선영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1심과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양측 모두 상고하지 않아 이 판결은 확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김보름에 대한 노선영의 욕설은 훈련 과정에서 이뤄진 부득이한 것이라거나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대표팀 내에서 두 사람의 관계, 폭언과 욕설의 내용과 정도, 횟수, 빈도, 시기, 장소 등에 비춰보면 이는 김씨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