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운동부 '마지막 여름'-①해체 위기 처한 부천고 야구부

지난 18일 한여름 뙤약볕이 쏟아지는 낮 1시, 부천고 야구부 학생 29명이 버스에 올랐다. 30분쯤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시립 까치울 야구장. 지난해만 해도 학교 운동장에서 훈련했지만 지금은 노후 건물 공사로 운동장을 쓸 수 없다. 비 오는 날 배팅 연습을 했던 학교 실내 연습장 일부는 창고로 대체됐다. 연습장이 좁아져 올해 장마철엔 5명씩 교대로 연습했다.
올해 여름이 부천고 야구부의 마지막 여름일 수도 있다. 학교가 2027년 과학고 전환을 통보하면서다. 과학고로 전환되면 운동부 인원이 학년당 5명으로 제한된다. 최소 18명의 엔트리를 채울 수 없어 야구부는 사라질 운명이다. 부원들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야 야구를 계속할 수 있다.
야구부 주장 윤유노군(18)은 고교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직격탄을 맞았다. 프로야구 드래프트 지명을 위해선 기량을 보여줄 무대가 절실하지만, 과학고 전환 통보 이후 후배 5명이 떠나면서 전력이 크게 흔들렸다. 토너먼트 대회에서는 1회전 탈락이 계속됐고, 팀 성적이 부진해 전국 대회 출전 기회도 줄었다.

윤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야구에 인생을 걸었다. 아마추어 여자 야구 선수였던 어머니 신혜숙씨(46)는 아들을 위해 야구를 접고 택배일을 시작했다. 다른 가족들과도 뿔뿔이 흩어졌다. 신씨는 "유노가 야구를 아주 하기 싫다고 할 때까지는 도울 것"이라고 했다.
윤군의 후배 2학년 강동훈군(17)은 지난해 11월 부천고에 전학 왔다가 3개월 만에 과학고 전환 소식을 들었다. 부천에 집을 구해 자취를 시작한 직후였다. 강군은 "같이 운동하던 친구들이 올해 하나둘씩 떠났다"며 "다시 전학 가야 하나 싶어 솔직히 두렵다"고 했다.
운동부 학생선수들에게 운동은 학창 시절의 전부다. 윤군에게도 지난 9년은 야구뿐이었다. 학원 대신 훈련장, 수학여행 대신 원정 경기였다. 담담하던 윤군이 끝내 아쉬움을 토로했다. "야구만, 저는 딱 야구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9년 전으로 돌아가도 저는 다시 야구를 할 거예요. 후배들이 끝까지 야구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김희상 감독은 신입생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훈련이 없는 날이면 중학교 리그 대회를 찾아가거나 직접 학교를 방문해 선수를 물색한다. 당초 약속한 신입생 5명이 안 오겠다고 하면서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혹시 지도자마저 떠나면 어쩌나' 하는 학생들의 걱정과 달리 김 감독은 "애들이 있는 한 나도 있어야 한다"며 "최선을 다해 끝까지 같이 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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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고 야구부는 다음 달 10일 제53회 봉황대기전국고교야구대회에 출전해 배재고와 맞붙는다. 올 여름 이 경기가 윤군에게도, 부천고 야구부에도 마지막이 될 지 모른다. 경기를 앞두고 막바지 훈련에 한창이다. 윤군은 배트를 움켜쥐고 다음 스윙을 준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