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버스터'란 의회에서 소수당 의원들이 다수당 입법 처리를 지연·저지할 목적으로 발언권을 이용해 장시간 토론을 이어가는 합법적인 의사 방해 전술을 말하는데요.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시작 후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종결할 수 있습니다. 안건마다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이 필요하므로 하루에 법안 1건만 처리가 가능한 셈인데요. 이 때문에 70개 법안이 상정될 경우 연말까지 국회가 사실상 마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 필리버스터 기록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갖고 있습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4년 4월20일 당시 야당 의원이던 김 전 대통령은 김준연 자유민주당 의원에 대한 구속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319분(5시간19분) 동안 연설해 기네스북에 국회 최장 발언으로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필리버스터는 1973년 유신정권 때 폐지됐다가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으로 39년 만에 부활했습니다. 2016년 2월 새누리당이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려 하자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정의당·국민의당 의원 38명이 총 192시간25분 동안 토론을 이어갔던 것도 화제가 됐었죠.
2020년엔 국가정보원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처리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에서 윤희숙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이 12시간47분간 발언하며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 치웠습니다. 2019년 12월 문희상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도중 화장실 이용을 허락하기 전까진 성인용 기저귀를 착용하는 의원들도 있었죠.
이처럼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필리버스터는 최근 그 의미가 퇴색하고 있습니다. 필리버스터는 19대 국회 때 1회, 20대 3회, 21대 2회 시행됐지만 여소야대로 출범한 22대 국회에선 벌써 6번이나 등장했습니다. 여야 간 극한 대치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횟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