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산망 심장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서 화재
전산실 '리튬배터리' 폭발원인, 밤샘 진화 끝 초진
정부 서비스 70개 먹통 "119도 전화 신고만 가능"
2023년 행정전산망 마비 이후 2년만에 사고재발

지난 26일 밤 불이 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은 정부 전산시스템 서버와 데이터베이스 등을 대규모로 보유·관리하는 핵심 국가 데이터센터 중 하나다. 주요 정보 자원을 통합 보호·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 핵심 거점으로 나라 전산망의 심장부 역할을 한다.
행정안전부 소속인 국정자원은 지난 2005년 정부통합전산센터로 출범했고 정부 서비스가 온라인 중심으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역할과 기능이 대폭 확대됐다. 이번 화재는 본원인 대전에서 발생했으며 광주와 대구에도 분원 2곳을 두고 있다.
이번 화재는 국정자원 5층 전산실 내 리튬이온배터리 교체를 위해 전원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 밤 8시20분쯤 화재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한 소방이 10시간 넘는 밤샘 진화 작업을 벌인 끝에 27일 오전 6시30분쯤 초진이 됐다. 큰 불길은 잡았으나 여전히 배터리 연소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완진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 전산시스템도 사실상 장기간 마비된 상황이다. 화재가 완진되더라도 정부 전산망 복구에 적잖은 기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행안부는 현재 정부 서비스 70개에서 접속 불가와 장애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 전산시스템은 중요도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이번 화재로 영향을 받은 시스템은 1등급 12개, 2등급 58개다.
정부 부처 홈페이지 접속 장애는 물론 정부 온라인 민원 시스템인 정부24도 접속이 불가능하다. 정부 이메일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소관 국민신문고 시스템과 민원 정보분석시스템, 청렴 포털, 행정심판시스템, 정부 합동 민원센터 누리집의 서비스 이용에도 장애가 발생했다.
전국 119 신고와 접수 및 출동시스템은 정상 운영 중이지만 영상신고시스템, 구급스마트시스템 등 일부 기능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소방은 "문자와 영상 119 신고가 불가한 만큼 조치 전까지 전화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현재 신청·지급이 진행 중인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경우 대구 분원에서 전산시스템 관리를 맡고 있어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행안부는 전날 밤 윤호중 장관 주재로 긴급 상황판단회의를 열어 화재에 따른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발령하고 '위기상황대응본부'를 가동했다. 아울러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해 국민신문고 시스템과 국가법령정보센터, 국민참여입법센터 등 접속 불가 사실을 공지했다. 행안부 등 각 정부 부처는 이번 화재로 장애가 발생한 정부 서비스의 구체적인 리스트를 확인해 국민들에게 알리고 신속한 복구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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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발생했던 행정전산망과 대규모 정부 온라인 서비스 먹통 사태 이후 약 1년 10개월 만에 유사 사고가 재발하면서 정부 대응 체계에 대한 비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는 지난해 정보시스템 장애를 사회재난 수준으로 관리하기로 하고 복구 기준을 마련했으나 화재로 정부 서비스 마비 사태가 재발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 11월 17일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인 시도 새올행정시스템과 정부24 서비스가 네트워크 장비 '라우터' 포트 불량 등 사유로 마비됐다. 같은 달 22~24일에 걸쳐 주민등록시스템·나라장터·모바일 신분증 등 온라인 서비스가 순차 중단되면서 일주일 사이 전산망 사고 4건이 이어졌다. 당시 초유의 전산망 마비 사태가 발생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정부는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정보시스템 장애'를 사회재난유형에 새롭게 추가해 지난해 7월 17일부터 시행했다. 지난 8월에는 공공 1·2등급 정보시스템 서비스수준협약(SLA) 표준안을 마련해 1등급 시스템은 2시간 이내, 2등급 시스템은 3시간 이내에 복구해야 한다는 지침도 마련하기도 했다. 행안부는 이번 화재가 완전히 진압되는 대로 내부로 진입해 정확한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추가 보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