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9월30일. 인천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30대 남녀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태연한 모습으로 있던 여성은 최후 변론을 읽기 전 눈물을 보였고 남성을 떨리는 목소리로 변론을 마쳤다. 이들은 이른바 '가평 계곡 살인'으로 불리는 사건 가해자 이은해와 그의 내연남이자 공범인 조현수다.
2019년 6월30일. 피해자 윤상엽(당시 39세)씨는 이은해(당시 28세), 조현수(당시 27세)와 함께 가평군 용소폭포에 물놀이를 갔다가 숨졌다. 윤씨는 이은해 남편이었고 조현수는 이은해의 내연남이었다.
당시 이들은 물에 익숙지 않은 윤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했고 구조 장비도 없던 그는 결국 물속에서 나오지 못했다.

사건 초기 가평경찰서는 이를 물놀이 사고로 보고 그해 10월 단순 변사사건으로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윤씨 누나는 멀쩡하던 동생이 갑자기 숨진 것에 의문을 품었고 그해 10월 일산서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 사건을 제보했다.
지능범죄수사팀은 사건을 검토 후 살인과 보험사기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2020년 12월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에 보험사기 미수 혐의로 송치했으며, 의정부지검은 이은해와 조현수 거주지인 인천지검으로 사건을 이송했다.
송치 후 6개월이 지나도록 검찰 수사는 진척이 없었다. 수상한 점은 많았지만 결정적 단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삭제됐던 이들 대화가 복구됐고 여기서 계곡 살인 사건 전 살해 시도 정황이 나오며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은해는 윤씨 사망 4개월 전인 2019년 2월 강원도 양양군 펜션에서 복어 피 등이 섞인 음식을 먹여 살해를 시도했다.
당시 이은해는 "(복어 독이 많이 든) 알이 없어서 이번 판도 GG일 듯"이라고 보냈고, 조현수는 "피나 다른 것들로도 갈 수 있대"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은해는 "근데 왜 쟤(윤씨) 멀쩡하냐"라고 했다. 살인 고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였다.
이들은 3개월이 지난 2019년 5월 용인 한 낚시터에서 또 한 번 윤씨를 살해하려고 시도했다. 당시 이은해가 윤씨를 물에 빠뜨렸고 조현수는 그가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았다. 하지만 잠에서 깬 지인이 밖으로 나오며 미수에 그쳤다.
검찰은 이은해와 조현수가 윤씨 생명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이같은 범행을 벌인 것으로 판단했다.

불구속 상태로 검찰 조사를 받던 이은해와 조현수는 이같은 증거가 나오자 2021년 12월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했다. 이들 도주로 난관에 봉착한 검찰은 2022년 3월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이들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며 지명수배를 내렸다.
이들은 지명수배가 떨어졌음에도 4일 뒤 태연하게 여행을 떠났다. 이를 포착한 경찰은 차적 조회를 통해 여행을 같이 다녀온 지인을 조사했고 은신처로 경기도 고양시를 특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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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위망이 좁혀오자 이은해는 친부를 통해 자수 의사를 전해왔다. 하지만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나오지 않았고 결국 은둔처인 오피스텔에서 검거됐다. 도주 17일 만이다.
이들은 오피스텔에서 생활하며 식사는 배달앱 현금 결제로 해결하고 외부에는 거의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과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은해와 조현수는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이은해는 1심 결심공판 최후변론에서 "피해자(윤씨)와 좋은 추억과 좋은 감정들이 남아 있다"며 "제 아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대해준 오빠를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
조현수는 "내연남이라는 타이틀은 저를 가해자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이었다"며 "검찰 강압수사로 인해 도주를 했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들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은 이은해와 조현수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생명보험금 8억원을 받으려던 피고인들은 2차례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했는데도 단념하지 않고 끝내 살해했다"며 "피고인들은 수사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범행을 은폐하려고 했고 불리하자 도주했다. 또 진정한 반성을 하거나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 등도 고려했다"고 했다.
특히 이은해에게는 "어떠한 죄책감이나 죄의식도 없이 살해 시도를 반복했고 (계곡에서)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더라면 죽을 때까지 범행을 시도했을 게 분명하다"며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함으로써 속죄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1심 선고는 2심과 대법원을 거쳐 최종 확정됐다.
이은해는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도 '윤씨 사망보험금을 달라'며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였으나 2023년 9월5일 기각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