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먼저 떠나면…" 20대 딸 살해한 엄마…검사도 안타까워한 이유[뉴스속오늘]

"나 먼저 떠나면…" 20대 딸 살해한 엄마…검사도 안타까워한 이유[뉴스속오늘]

류원혜 기자
2025.10.02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들이 2022년 4월 2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 구축' 촉구 결의대회를 갖고 주거유지서비스와 지원고용 확대, 소득보장 체계 구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사진=뉴스1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들이 2022년 4월 2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 구축' 촉구 결의대회를 갖고 주거유지서비스와 지원고용 확대, 소득보장 체계 구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사진=뉴스1

2022년 10월 2일. 생활고에 시달리던 중 암 진단까지 받자 지적장애 딸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어머니 A씨(당시 54세)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자신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혼자 남은 딸이 살아가기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해 범행했다.

당시 장애 있는 자녀를 부모가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장애인 단체는 국가가 개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한다며 비판에 나섰다. 3년이 지난 현재 보건복지부는 발달장애인 가족이 지고 있는 짐을 나누기 위해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를 추진 중이다.

지적장애 딸, 혼자 버스 타고 일터로…'다음 생엔 좋은 부모 만나 '살해한 친모

A씨는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중증 지적장애가 있는 딸(당시 22세)을 키우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중 갑상샘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병원비로 인해 생활고는 더 심해졌고, A씨는 자신이 숨지면 딸이 혼자 세상을 살기 어렵다고 생각해 살해하기로 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딸은 지적장애가 있었음에도 스스로 밥을 먹거나 씻을 수 있었다. 노력 끝에 경기 시흥시 자택에서 혼자 버스를 타고 안양시 장애인 취업 시설로 출근해 월 100만원을 벌 정도로 성장했다.

거동이 불편해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한 A씨는 기초생활수급비와 딸의 장애인 수당, 아르바이트 수입 등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결국 살해를 결심한 A씨는 수면제를 미리 챙겨두는 등 2개월여 전부터 범행을 준비했다.

A씨는 차량에서 수면제 탄 음료를 딸에게 건넸다. 하지만 딸이 잠들지 않자 A씨는 이틀 뒤인 같은 해 3월 2일 새벽 집에서 다시 살해를 시도했다. 그는 수면제 탄 꿀물을 먹고 잠든 딸을 질식해 숨지게 했다.

이후 A씨는 이튿날 아침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실패하자 "내가 딸을 죽였다"며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서는 '다음 생에는 좋은 부모를 만나거라. 미안하다. 딸이 나중에 좋은 집에서 다시 태어나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가 발견됐다.

"딸과 같이 가려고 했는데 살아서 힘들다"…징역 6년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는 법정에서 "딸과 같이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살아 있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다. 제가 죄인"이라며 "딸에게 사과하고 싶다. 범행 당시 제 몸에 악마가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어떠한 죗값도 달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A씨 사정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범죄 대가는 치러야 한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갑상샘 기능 저하와 우울증으로 잘못된 판단을 해 범행했다"며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또 자녀는 부모 소유물일 수도 없다"며 "피해자는 세상에서 가장 신뢰하고 사랑했을 피고인 손에 삶을 마감했다. 이 과정에서 겪었을 피해자 고통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와 검찰은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은 인간 생명을 빼앗은 매우 중대한 범죄인 점과 범행이 계획적이고 죄질이 좋지 않은 점, 유족이 엄벌을 촉구하는 점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봤다"면서도 "피고인이 상당 기간 피해자를 홀로 키우며 헌신적 노력을 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 형은 주요 양형 요소들을 두루 참작해 결정한 것으로 보이고 형량을 변경할 만한 양형 조건 변화가 없다"며 A씨와 검찰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양측 모두 상고하지 않으면서 형은 확정됐다.

"발달장애인 가족에게만 무거운 짐" 비판…국가가 돌봄 책임진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지난 7일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발달장애인 관련 예산과 권리 확대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지난 7일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발달장애인 관련 예산과 권리 확대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같은 해 A씨를 비롯해 일부 부모들이 장애가 있는 자녀를 살해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자녀를 돌보던 이들은 자신이 사라지면 자녀가 혼자 살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이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원 체계가 부실해 가족들만 막다른 길로 몰린다며 장애 가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비극적 죽음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는 국가와 지자체의 직무 유기로 발생한 명백한 타살"이라며 "국가와 지자체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책임과 지원을 개인과 가족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에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 확립'도 요구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시행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1차 회의를 개최했다. 해당 제도는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국가 책임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발달장애인 대상으로 주간 활동 및 통합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고,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서비스 간 연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소셜미디어) 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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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원혜 기자

안녕하세요. 디지털뉴스부 류원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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