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에 머리 박아" 끔찍한 학폭 고발 뒤 악플…목숨 끊은 피해자[뉴스속오늘]

"변기에 머리 박아" 끔찍한 학폭 고발 뒤 악플…목숨 끊은 피해자[뉴스속오늘]

구경민 기자
2025.10.10 11:15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표예림씨 생전 모습.
표예림씨 생전 모습.

2년전 오늘인 2023년 10월 10일. 12년간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를 고백한 표예림씨가 끝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 27살 꽃다운 나이였다. 무엇이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했을까.

'더 글로리' 보고 용기...학교폭력 폭로

당시 학교 폭력은 뜨거운 사회 이슈였다.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도 학교폭력을 한 사실이 밝혀져 곤혹을 치르고,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까지 방영되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의 분노는 정점을 찍었다.

표씨는 '더 글로리' 현실판 주인공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더글로리'를 보고 학교폭력을 고발할 용기를 냈다고 했다.

인지도가 없었던 일반인임에도 대중은 표씨 사건에 큰 관심을 가졌다. 표씨가 가해자라고 주장한 인물들의 신상을 정리한 유튜브 영상은 500만 이상의 뷰를 기록했다.

한 유튜브 채널에는 '학교 폭력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채널 운영자는 영상에서 "예림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지속해서 A씨, B씨, C씨, D씨가 속한 일진 무리에게 괴롭힘당했다"면서 "더 이상 예림이의 아픔을 무시할 수 없어 익명의 힘을 빌려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먼저 채널 운영자는 가해자 네 명의 졸업사진을 차례로 공개했다. 그는 "이들은 예림이의 어깨를 일부러 부딪쳐 넘어뜨리고, 옷에 더러운 냄새가 뱄다며 욕설과 폭행했고 머리채를 잡고 화장실로 끌고 가 변기에 머리를 박게 했다"며 "예림이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더 괴롭혔다. 단순히 친구끼리의 장난이 아닌 뺨을 때리고 발로 차는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12년 동안 한 사람을 괴롭힌 가해자들은 아직 아무런 처벌 없이 잘살고 있다"며 가해자들 근황을 전했다.

영상에 따르면 왕따를 주도했던 A씨는 현재 육군 군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B씨는 현재 표씨와 같은 직업인 미용사로 근무하고 있다. 또 C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됐으며, D씨는 개명한 이름까지 공개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온 국민이 다 볼 수 있길 바란다", "이런 일 점점 늘어날 거 같다", "용기 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유튜브가 생긴 이래로 가장 속 시원하다" 등 반응을 보였다.

표씨는 '실화탐사대'에 출연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12년 동안 학교폭력을 당해왔다"고 고백했다.

가해자 신상공개, 2차 피해...악플까지

유튜브 영상에서 신상을 공개한 것의 여파는 컸다. 헤어 디자이너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동창은 즉각 해고됐다. 군무원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동창의 근무지에 항의 전화도 잇따랐다.

하지만 표씨는 2차 피해와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

표씨는 가해자 사과를 요구하다 2023년 4월 극단 선택을 시도했다. '2차 가해'에 대한 고통 때문이었다.

표씨는 당시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가해자 측 입장을 대변한 '표예림가해자동창생' 유튜브 채널의 영상을 지목하면서 "영상물에서 부모를 공개적으로 모욕했고, 영상 조회수가 올라가는 걸 멈출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라 판단해 충동적으로 자해했다"고 했다.

법적 분쟁을 대비해 후원금을 받았다가 비판까지 받았다.

결국 표씨는 유튜브에 '이제 그만 편해지고 싶습니다' 면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동영상을 올린 뒤 세상을 등졌다. 이 동영상에서 그는 자신이 당한 학교폭력 피해를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비난하는 이들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했다.

표씨는 "저는 지난 12년간 초중고 학교폭력으로 고통받았던 사람 중 하나다"며 "한 유튜브 채널에서 저를 저격하며 다중의 익명으로 인신공격 및 흔히 말하는 조리돌림을 하고 있다. 게다가 도를 넘어 저의 학교 폭력을 거짓이라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젠 더 이상 고통을 감내하고 이겨낼 자신이 없다. 삶을 지속해야 할 어떠한 것도 남아있지 않다"며 "제 사건을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여지껏 이렇게 얼굴과 실명을 드러내고 학폭 피해 사실을 고발한 경우가 흔치 않았기에 사람들은 표씨의 용기에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근거 없는 비난과 무차별적인 인신공격도 이어져 표씨는 홀로 이를 감당해내야 했다.

누군가가 표씨를 스토킹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있었다. 자신도 학교 폭력 피해자라며 함께 단체를 만들자고 접근했던 한 남자. 국회 법안 개정 등 함께 일을 도모하고자 했지만 결국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 협업은 무산됐고, 그때부터 표씨와 그 남자의 악연이 시작됐다. 그는 표씨 관련된 영상을 하루에도 2~3개씩 올리는가 하면 후원금 관련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2023년 10월10일. 낮 4시20분쯤 부산 부산진구 성지곡수원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낮 12시57분 한 여성이 물에 빠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수색을 벌였으나, 3시간 20분 만에 발견된 표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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