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복궁 인근을 산책하던 A씨는 청와대 근처에서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았다. 경찰관은 행선지를 묻고 가방을 열어보게 한 뒤 신분증도 확인했다. 검문 이유는 '수상한 사람이 많아져서'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관이 적법절차의 원칙을 어겨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서 기동대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인권 특강이 열렸다. 강의에선 현장에서 자칫 인식하지 못한 채 저지를 수 있는 인권 침해 사례와 개선 방안을 다뤘다.
손민원 사단법인 사람사이로 상임이사는 이날 '인권 경찰로 한 걸음 나아가기'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이날 강연엔 집회·시위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60여명이 참석했다.
손 이사는 "인권에 대한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졌다"라며 "하지만 인권위로 접수된 경찰의 인권 침해 진정 건수는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공권력을 행사해 피의자를 상대하는 직업인 만큼 업무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인권을 침해하곤 한다"라고 지적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경찰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 진정 건수는 2020년 1148건에서 △2021년 1251건 △2022년 1411건 △2023년 1518건으로 증가세다.
진정 유형은 폭행·가혹행위·과도한 장구 사용이 가장 많았다. 불리한 진술 강요와 편파·부당 수사, 폭언·욕설, 부당한 체포·구속·감금, 부당한 압수수색 및 과도한 신체검사 등 사유로도 접수했다.

이날 강의에선 구체적인 인권 침해 사례 공유도 이뤄졌다. 대표적으로 경찰이 경복궁 인근을 산책하던 A씨를 불심 검문한 사건이 거론됐다. 손 이사는 "경찰은 공무원증을 제시하고 소속·성명, 검문 목적과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라며 "중요 국가 시설의 보안을 강화하려는 취지는 타당하지만,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라고 했다.
집회·시위 현장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 사례도 소개됐다. 서울의 한 농성장에서 소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피켓 시위하던 시민 B씨를 촬영하자 B씨는 항의하며 피켓으로 카메라를 가렸다. 이 과정에서 피켓이 경찰의 얼굴에 닿자 이를 공무집행방해죄로 판단해 B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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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이사는 "B씨의 체포가 타당해 보이지만 공권력 남용"이라며 말했다. 실제로 국가인권위는 B씨가 10개월간 옥외집회를 이어가 신원을 노출한 상태였고, 피켓이 스티로폼 재질이라 경찰관을 해칠 의도가 없다고 봤다. 또 그가 직접 경찰서로 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을 고려해 체포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고 봤다. 현행범 체포는 불가피한 경우에만 이뤄져야 하고 당시의 전후 사정도 충분히 살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 외에도 수사 과정에서 △반말 사용 △성차별적 발언 △수사 자료 유출 등 업무 수행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인권 침해 사례도 강의에서 언급됐다.
경찰관들은 인권 강의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한 경감은 "인권 교육은 들을수록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된다"라며 "장애인이나 노인 등 다양한 시민을 상대하는 만큼 과거에 과하게 대응한 적은 없었는지 되돌아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생각이 지나치면 스스로 검열하게 돼 공권력이 위축될 수 있단 우려도 있다"며 "하지만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대응이 정당했는지를 반성하는 편익이 더 크다"라고 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기동대 특성상 집회·시위 현장을 자주 맡는 만큼 앞으로는 그에 맞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더 많이 추가해 보강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