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신촌거리…"손님 없는데 월세 그대로" 업주도 떠난다

텅 빈 신촌거리…"손님 없는데 월세 그대로" 업주도 떠난다

민수정 기자, 최문혁 기자
2025.11.05 15:16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 한 식당 모습. 해당 식당은 17년간 운영됐지만 최근 폐업 소식을 전했다. /사진=최문혁 기자.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 한 식당 모습. 해당 식당은 17년간 운영됐지만 최근 폐업 소식을 전했다. /사진=최문혁 기자.

"그동안 신촌점을 찾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인근 거리 곳곳이 텅 빈 상가였다. 신촌 중심가인 신촌 연세로에 위치한 상가 건물은 통째로 비어있었다. '단기 임대 가능', '영업 종료 안내' 등 문구가 이곳저곳에 붙었다.

식당가 골목으로 들어서자 폐업 식당이 보였다. '경영이 어려워 로또 당첨을 기원했으나 당첨되지 않아 영업을 종료한다'는 안내문으로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곳이다. 2008년부터 17년간 운영됐다가 최근 문을 닫았다.

5일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촌·이대 지역은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올해 3분기 15.1%였다. 지난해대비 5.6%포인트(p) 높아진 수치다. 중대형 상가도 11.9%로 지난해보다 0.4%p 올랐다.

신촌 상인들은 방문객이 줄어 장사가 어려워지면서 결국 월세 비용을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자영업자 A씨는 "주변 상인들도 하나같이 상권이 죽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방문 학생이 줄면서 매출도 크게 떨어졌다"고 했다. 라면집 사장 B씨는 "요즘 저녁에 대학생이 거리에 보이지 않는다"며 "늦은 오후 시간도 손님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서 놀고 있지 않나. 누구라도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점상을 운영하는 80대 김모씨는 "10년 동안 같은자리에서 장사하는데 코로나를 기점으로 회복이 안 된다"며 "추워도 장사만 잘되면 아침 일찍 나오겠지만 그렇지 않아 오후 2시부터 영업한다"고 말했다.

월세 못 내리는 건물주, 버티다 포기하는 업주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 상권 모습. 일부 건물에는 '통전세, 단기임대가능'  등 현수막이 걸려져 있다. /사진=최문혁 기자.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 상권 모습. 일부 건물에는 '통전세, 단기임대가능' 등 현수막이 걸려져 있다. /사진=최문혁 기자.

상가 거래도 크게 줄었다. 공인중개사 C씨는 "상가 거래는 한 달에 한 건도 없을 때도 있다"라며 "건물주는 예전 신촌을 생각해 월세를 내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물 매매가를 측정할 때 수익률을 따지는데, 월세를 내리게 되면 매매가 자체가 하락하기 때문에 장기적 측면에서 공실로 비우더라도 월세 낮추는 걸 크게 경계한다"고 덧붙였다.

공인중개사 D씨도 "건물주 10명 중 4명이 대출 문제로 월세를 낮추지 못하거나 통임대 포기를 하지 않고 있다"며 "과거 법인이 있던 자리가 장기 공실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법인에서 내던 보증금과 월세를 개인 사업자가 감당하긴 너무 부담될 것"이라고 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 때문에 소규모 점포 어려움은 가중된다. 실제 신촌 중심가에는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와 식당이 주로 보였다. D씨는 "대부분 길목에 대형 화장품 로드샵이 배치돼 있다"며 "작은 화장품 가게는 살아남지 못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생들의 소비 패턴 변화와 사회 활동 축소, 대체 지역 부상을 대학 상권 침체 요인으로 꼽았다. 신촌 일대가 매주 일요일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면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임대료가 비싸지면서 상권이 값싼 곳으로 이동한다. 홍대도 계속 임대료가 높아지면 다른 지역으로 상권이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며 "상권이 필수제인 주거지역으로 다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대 앞에도 그런 현상이 현재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연세대 앞에 차를 가지고 다니지 못하니 신촌 상권이 죽는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성수동처럼 재개발되는 지역이 많아지면서 (대학가 상권이) 구조적으로 분산됐다"며 "활성화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젊은 층 인구감소 등 영향으로 당분간은 대학가 상권이 침체한 분위기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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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정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민수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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