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RA) 투자 도입이 10년여를 맞이하고 있지만 활성화가 요원하다. 정부와 업계가 퇴직연금과 연계하는 등 활성화를 꾀하고 있음에도 상품 수나 설정액이 제자리 걸음이다. AI보다 개인 선택이 중시되는 국내 시장 환경도 RA 활성화에 불리하다는 의견이다.
26일 금융정보 플랫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RA 전용 펀드를 이용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설정액은 933억원으로 지난 2024년말 734억원과 비교해 약 27% 증가했다.
비슷한 유형의 펀드매니저가 운영하는 해외혼합형 펀드는 같은 기간 동안 설정액이 7조1696억원에서 14조2589억원으로 두배 가량 늘었다. 펀드 종류도 해외혼합형 펀드는 406개에서 459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RA펀드 상품은 14개에서 13개로 오히려 줄었다.
RA는 '로봇(Robot)'과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AI 로봇이 개인투자성향에 맞게 자산을 운용해 주는 투자 방식이다. 지난 2017년경부터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데이터에 기반해 투자가 되다 보니 변동성이 큰 환경에서 안정적인 수익률 달성에 유리하다. 아울러 직접 운용이 어려운 투자자에게 유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당국이 안정적인 퇴직연금 수익률 확대를 위해 RA 투자 일임 퇴직연금 상품을 금융권 규제샌드박스인 혁신금융으로 지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증권사를 중심으로 퇴직연금 투자에 RA가 활용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처럼 퇴직연금 연동 RA 상품은 당국과 업계 지원을 받으며 성장세를 타고 있지만 순수 펀드 상품은 오히려 상품 개수 면에서 퇴보한 셈이다.
그동안 국내 RA펀드 상품은 주로 해외혼합형(해외주식 및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RA 펀드 상품 수익률이 평균 40%에 육박하는 동안 해외혼합형 펀드 수익률은 지난 1년간 평균 15.36%에 그치고 있음에도 투자자들에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
금투업계에서는 여전히 국내 투자자들이 RA투자를 사람이 하는 투자만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자기 주도하에 직접 매수와 매도를 하려는 분위기가 강한 국내 투자자 성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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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은 있지만 국내 주식시장이 올해 들어 큰 성장세를 보인 점도 RA 투자를 위축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1년간 RA 상품 수익률일 40%를 달성하는 동안 국내주식형 펀드 상품 수익률은 123%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24년에서 2025년을 넘어가는 시기에 RA 상품에 대한 관심이 조금 높아지는 분위기가 형성됐었는데, 당시 코스피 1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동안 RA 펀드 평균 수익률이 15%가 나는 등 목적에 맞는 성과를 냈었기 때문이었다"며 "최근엔 국내 주식시장 상승세가 가팔라 안정보다는 도전에 포커스가 맞춰진 투자가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A 상품 출시 운용사가 아직은 영세한 점도 활성화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며 "외국처럼 수천조원 단위로 성장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