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12월 4일 오후 1시쯤. 경기 수원시 팔달산에서 한 등산객이 검은색 비닐봉지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봉지 안에는 신장을 제외한 장기가 모두 사라진 몸통 시신과 목장갑이 들어 있었다.
시민 제보로 검거된 범인은 중국 국적 박춘풍(당시 55세)이었다. 동거녀였던 피해자 김모씨(당시 48세)의 오른쪽 팔과 왼쪽 다리는 결국 찾지 못했다.

등산객이 발견한 시신 상태는 처참했다. 피 빼는 작업을 한 듯 봉지 안에 혈흔이 없었고, 목장갑이 함께 들어 있었다. 주택가와 가까워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산에 토막 시신이 버려진 사실이 알려지자 인근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경찰은 시신 발견 장소 일대를 샅샅이 수색했으나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인근 CC(폐쇄회로)TV에서도 검은색 비닐봉지를 들고 지나가는 사람을 확인할 수 없었다.
시신이 훼손돼 피해자 신원 특정도 쉽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혈액형 A형인 30대 여성'으로 추정할 뿐이었다. 사건을 공개 수배로 전환한 경찰은 범인 제보에 현상금 5000만원, 검거 경찰관에게는 1계급 특진을 내걸었다.
그런데 시신 발견 4일 뒤인 12월 8일, 파출소에 한 여성이 찾아왔다. 그는 "동생(김씨)이 지난달 26일 퇴근하고 연락이 안 된다"며 "다음날부터 출근을 안 했다고 한다"고 신고했다. 경찰이 신고자 DNA를 채취해 국과수에 의뢰한 결과 몸통 시신과 일치했다.
12월 11일 경찰은 수원천에서 검은색 비닐봉지 6개를 추가로 발견했다. 몸통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약 1.2km 떨어진 곳이었다. 개봉돼 있던 봉지 안에는 살점과 장기, 여성 속옷이 담겨 있었다. DNA 분석 결과 시신은 숨진 김씨로 확인됐다.
시민의 결정적 제보까지 더해지면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경찰은 "월세방 가계약한 사람이 보름간 연락이 없다. 잔금일 날짜가 지났는데도 안 나타난다. 방에 들어가 보니 비닐봉지와 장갑이 있다. 이상하다"는 집주인 신고를 받고 반지하 원룸으로 출동했다.
원룸 화장실 두루마리 휴지에 묻어 있던 혈흔은 김씨 DNA와 일치했다. 시신 훼손과 유기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비닐봉지와 장갑, 세제 등도 발견됐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으로 당일 밤 11시30분쯤 수원시 한 모텔에 여성과 함께 들어가는 박춘풍을 긴급체포했다. 당시 박춘풍이 신원을 묻는 경찰 질문에 대답하지 않자 옆에 있던 여성이 박춘풍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박춘풍은 중국 옌지 출신으로 2008년 가명으로 여권을 위조한 뒤 방문 취업 비자로 불법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조선족이 많은 곳에 주로 거주하며 가명을 쓰는 등 신분을 속였다. 위조 여권을 사용하다 적발돼 중국으로 추방된 전적도 있었다.
박춘풍은 피해자 김씨와 약 7개월간 동거하던 사이였다. 경찰은 박춘풍이 김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내 유기한 것으로 보고 범죄 사실과 나머지 시신 유기 장소 등을 추궁했으나 박춘풍은 묵비권을 행사했다.
독자들의 PICK!
계속 범행을 부인하던 박춘풍은 경찰의 강력한 증거 제시와 심경 변화로 12월 13일 범행을 시인하고 시신 유기 장소를 털어놨다. 다만 그는 "말다툼하다 김씨를 밀쳤는데 벽에 부딪히며 쓰러져 숨졌다"고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발견된 김씨 머리 부분에 대한 부검 결과 김씨는 목 졸려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람은 평소 박춘풍의 여자 관계와 생활비 지원 등 문제로 다툼이 잦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춘풍은 시신 훼손 이유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 정신이 없다"고 진술했다. 박춘풍은 집에서 한 차례 시신을 훼손한 뒤 약 200m 떨어진 반지하 원룸을 선금 20만원 내고 가계약했고, 이곳으로 시신을 옮겨 다시 훼손해 유기하고 자취를 감췄던 것으로 조사됐다.

박춘풍은 비닐봉지 총 11개에 나눠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박춘풍 자백을 바탕으로 팔달산과 수원천변 등지에서 김씨의 머리와 살점, 장기, 왼쪽 팔, 오른쪽 다리 등을 수습했다. 현재까지 오른쪽 팔과 왼쪽 다리 등 시신 일부는 찾지 못한 상태다.
이듬해 6월 수원지법은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박춘풍에게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에 불복한 검찰과 박춘풍은 항소했다. 국선변호인은 "박춘풍은 어릴 때 사고로 오른쪽 눈을 다쳐 의안을 하고 있다. 이것이 뇌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에서도 무기징역을 피하진 못했다. 박춘풍은 형량이 무겁다며 상고했으나 대법원이 기각하면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범행 방법이 참혹하고 그 결과가 매우 무겁지만, 피고인이 기질성 인격 장애를 앓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