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받고 후원자를 통해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의 변호인이 내년 6월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 이후 재판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오 시장과 그의 측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사업가 김한정씨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피고인과 검찰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사건의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다. 원칙적으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오 시장 역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 시장의 변호인에게 '특검법상 5월31일까지 재판을 끝내야 하는데 선거 이후에 재판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냐'고 물었다.
오 시장의 변호인은 "정치적으로 이용될까 우려된다"며 "곧 당내 경선이 있고 후보자가 되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선거가) 돌입되는데 그때 증인으로 나왔던 사람들의 증언 등을 상대 당에서 크게 부각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가급적 강행 규정이 아니라면 그 이후에 진행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특검법이 1심 선고는 공소제기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면서 "지방선거 이후에 진행하는 문제는 약간 소극적"이라고 설명했다.
혐의에 대해 오 시장의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맡긴 적 없고 김씨에게 비용지급을 요청한 적도 없다"며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다만 "선거를 돕겠다면서 여론조사 전문가를 자청하는 명씨에게 피고인 강 전 정무부시장이 테스트용 여론조사를 시켜봤는데 결과물이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것이 확인돼 관계를 단절했다"고 추가로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날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에 강 전 정무부시장의 전과 사실을 기재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시정을 요청했다.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여서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재판부가 피고인의 유·무죄에 대한 예단을 갖지 않도록 공소장에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된 내용만 기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특검팀은 "공판일자 개시 전까지 정리하겠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명씨가 오 시장의 부탁을 받아 용역을 수행한 업체 관계자로 2021년 1월22일부터 2월28일까지 총 10회의 여론조사를 진행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특검팀은 강 전 부시장은 명씨와 연락하며 설문지를 주고 받는 등 여론조사 진행 관련으로 상의를 했고, 김씨가 여론조사 비용으로 5차례에 걸쳐 3300만원을 지급했다고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