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미리 알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측이 혐의를 부인하며 "상상을 기반으로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는 4일 직무유기,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국정원장의 첫 정식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조 전 국정원장은 흰 셔츠에 회색 재킷을 입고 법정에 출석했고 직접 발언은 하지 않았다.
조 전 국정원장의 변호인은 "검사는 조 전 국정원장이 비상 계엄 선포의 구체적인 상황까지 인식하고 윤 전 대통령을 비호하기 위해 공소사실과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는 것 같다"면서 "상상을 기반으로 피고인을 기소해야 하면 직무유기가 아니라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의 내란 행위에 가담하거나 실행 행위를 분담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특검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만 보더라도 관련 증거가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조 전 국정원장의 변호인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당시 국회는 자체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조 전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별도로 보고하는게 실제로 기능 수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으로부터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를 보고받은 바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이와 관련해 허위 진술을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위증 혐의도 당시 상황이 매우 급박하고 혼란스러워 기억하지 못한 것이지,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을 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 변론 종결을 목표로 증인신문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오는 23일에는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증인으로 불러 비화폰 사용 등에 관해 물어볼 계획이다. 다음달 9일에는 박종준 전 경호처장과 정인규 전 국정원장 보좌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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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국정원장은 비상계엄 선포 경위를 인식하고 홍 전 차장으로부터 국군 방첩사령부의 정치인 체포 활동을 지원하라는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듣고도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를 받는다. 국가 안전 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대통령과 국회 정보위에 보고할 국정원장의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 전 국정원장은 또 계엄 선포 당일 홍 전 차장의 국정원 청사 내 행적이 담긴 CCTV 영상을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에만 제공하고 더불어민주당에는 주지 않아 국정원법상 정치 관여 금지 규정을 위반한 혐의도 있다. 조 전 국정원장은 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의 비화폰 정보 삭제에 관여한 혐의(증거인멸)도 받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국회에 나와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관련 지시나 문건을 받은 바 없다"고 위증한 혐의와 국회 내란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등에 답변서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국회 증언·감정법 위반)도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