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한눈판 사이 음료에 '마약'...7000만원 뜯은 '내기 골프' 일당

잠깐 한눈판 사이 음료에 '마약'...7000만원 뜯은 '내기 골프' 일당

이현수 기자
2026.03.12 12:00
피의자가 향정신성의약품을 피해자의 음료에 투약하는 모습./사진제공=서울경찰청.
피의자가 향정신성의약품을 피해자의 음료에 투약하는 모습./사진제공=서울경찰청.

스크린골프장에서 음료에 의료용 마약류를 타는 등 수법으로 내기 승부를 조작해 수천만원을 편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사기·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일당 9명을 지난달 25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중 범행을 주도한 2명은 구속됐다. 두 사람은 과거에도 유사한 수법으로 처벌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거된 일당은 2024년 12월부터 약 3개월간 10차례에 걸쳐 승부 조작을 통해 총 740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수도권 일대 스크린골프장에서 피해자와 수차례 내기 게임을 하면서 몰래 음료에 향정신성의약품을 타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했다. 타격 직전 리모컨을 이용해 원격으로 스크린 방향을 바꿔 공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수법도 사용했다.

경찰은 스크린골프 게임 중 몸에 이상을 느끼거나, 평소보다 저조한 게임 결과가 반복되자 승부 조작을 의심한 피해자의 제보로 지난해 5월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골프 동호인 모임에서 접근…계획적 범행
피해자가 자리를 비운 것을 확인한 피의자가 컵을 바꿔치기 하는 모습./영상제공=서울경찰청.
피해자가 자리를 비운 것을 확인한 피의자가 컵을 바꿔치기 하는 모습./영상제공=서울경찰청.

일당의 범행은 계획적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골프 동호인 모임 등에서 재력이 있어 보이는 피해자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은 뒤 판돈을 걸고 내기 게임을 하는 관계로 발전시켰다.

일부 피의자들은 불면증을 이유로 향정신성의약품인 로라제팜을 처방받거나, 시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리모컨과 USB 형태의 수신기를 범행도구로 준비했다.

게임에는 공범 3~4명이 참여했다. 한 사람이 피해자의 시선을 유인하면 다른 사람이 몰래 음료에 약물을 타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또 피해자가 타격을 위해 고개를 뒤로 돌리는 순간에 리모컨을 조작해 스크린 방향이 좌우로 움직이는 걸 인식하지 못하도록 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촬영한 현장 영상 등 증거를 토대로 피의자들로부터 일부 자백을 이끌어내 혐의를 입증했다. 경찰은 여죄나 추가 피해자가 더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범행의 도구로 사용해 피해자의 생명과 건강에 위협을 가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심각하다"며 "경찰은 국민의 건강과 재산을 동시에 해하는 유사 범죄에 대해 지속적으로 첩보를 수집하고 엄정 단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친목 도모를 빙자한 과도한 내기 스포츠는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며 "타인으로부터 식음료 등을 건네받은 후 어지럼증 등 평소와 다른 증상이 발생한 경우 마약류 사용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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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 기자

사회부 사건팀 이현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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