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엠지]<4> 사주보러 AI 찾아가는 2030

# "그대의 상을 보니 근심이 살짝 비치는구나." 사주풀이 AI(인공지능)로봇이 감았던 눈을 뜨며 말했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익선동 한 사주 카페에는 사람 대신 사주풀이 AI 로봇 5대와 관상가 AI 로봇 2대가 설치돼 있었다. 한편에는 향과 촛불이 놓인 제사상이 신당 분위기를 연출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AI 사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오픈 AI에 본인의 생년월일을 입력해 신년운세를 보는 즉각적인 방식이 새로운 점술 문화로 자리 잡았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AI 사주를 볼 수 있는 'AI 사주 카페'까지 등장했다.
익선동의 AI 사주 카페는 지난달 문을 열었다. 이름과 성별, 생년월일을 입력한 뒤 수화기로 AI 로봇과 대화하면 사주풀이와 함께 플라스틱 카드로 된 부적을 받을 수 있다. 관상가 AI 로봇은 로봇팔로 직접 앞에 앉은 사람의 얼굴을 그리며 관상을 풀이한다. 이곳 관계자는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나이가 있으신 분들도 찾는다"며 "사주와 AI 로봇이 만나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대부분 신기해하며 체험한다"고 설명했다.

AI 사주가 오프라인 공간에 마련된 것은 최근이나 온라인상에서는 이미 '가성비 사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온라인상에서는 챗GPT와 제미나이 같은 오픈 AI로 사주를 볼 수 있는 프롬프트(명령어)가 활발하게 공유되기도 했다. 챗GPT에게 '성명학 전문가'라는 역할을 주고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는 '작명 프롬프트'도 함께 유행했다.
연초에는 990원을 내면 신년운세를 볼 수 있는 '저가 AI 사주' 서비스들이 인기를 끌었다. 대학생 김모씨(21)는 "평소에도 사주에 관심이 많아 3차례 정도 보러 갔었다"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990원 사주가 유행하는 걸 보고 친구와 함께 재미 삼아 해봤다"고 말했다.
김씨가 결제한 AI 사주는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 등 인적 사항을 기재하면 사주를 정리한 전자문서를 전송한다. 김씨는 "현재 준비 중인 전문직이 추천 진로로 나와 신기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며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해 가볍게 보기 좋았고 가족들에게도 추천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 사주의 인기가 젊은 세대의 새로운 소비 경향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소비자들은 재미와 효율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실제 사주를 보러 가면 멋모르고 부적을 쓰는 등 큰돈을 날릴 위험이 있지만 AI 사주는 그런 위험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젊은 세대의 무속신앙에 대한 관심은 불경기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교수는 "일자리가 줄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가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며 "사주는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는 AI 특성상 신뢰할 만하다"며 "잠깐의 유행보다는 새로운 문화로 지속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