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양주 살인 사건' 발생 전 여러 차례 위험 신호에도 피해자 보호 조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찰의 재범 위험성 평가나 위치추적 전자장치 신청 등이 미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응 과정을 둘러싼 논란도 불거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관계 당국의 더딘 대응을 질타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16일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관계자들을 감찰하고 엄하게 조치하라고 지시했다"며 "이번 사건은 스토킹 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방지 대책이 미흡함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적극적으로 격리하고 가해자의 위치 정보를 신속히 파악, 전자발찌와 스마트 워치를 연동하는 등 스토킹 교제 폭력 피해자가 세심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관련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북부경찰서는 살인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는 오는 17일 진행될 예정이다.
A씨는 지난 14일 오전 9시쯤 경기 남양주시 오남읍 길거리에서 2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찌른 후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범행 후 1시간여 만에 경기 양평군에서 피의자를 검거했다. B씨는 사건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여러 범행 전조에도 경찰의 피해자 보호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A씨는 지난해 B씨를 상대로 가정폭력을 저질러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 1월엔 피해자 측 고소로 지난달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1~3호 처분도 받았다.
이에 따라 A씨는 피해자에게 전화·문자 등의 연락이 금지되고 100m 이내 접근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다만 경찰은 더 강력한 조치인 잠정조치 3-2호는 신청하지 않았다. 잠정조치 3-2호가 적용되면 피해자에게 1㎞ 이내로 접근했을 때 경보가 울리게 된다. 범행 직전 피해자가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로 112 신고를 했음에도 범행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경찰이 A씨에 대한 재범 위험성 평가를 신속하게 실시하지 않았던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평가는 프로파일러가 사건 당사자를 면담하고 스토킹 위험성 요인이 있는지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피의자가 초범인 경우에도 적용되지만 이번 사건은 A씨가 과거 범죄 전력이 있었음에도 진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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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이날 서대문구 미근동에서 열린 정례 간담회에서 "좀 더 강력한 조치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구속 영장 신청을 예정해두고 있었기 때문에 재범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치 적정성에 대해선 문제가 발견되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스토킹처벌법과 관련해 가해자와 피해자간 강한 분리 조치와 적극적인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경찰은 지난해 잠정조치(4호 포함)를 총 1864건 신청했는데 법원 승인율은 32%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2024년 승인율(41%)보다 낮아졌다. 스토킹 범죄자 구속률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대에 머물고 있다.
전윤정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위치추적 전자장치와 유치는 다른 잠정조치에 비해 승인율이 낮은 편"이라며 "(승인율을 높이려면) 경찰이 증거를 확실히 확보하고 관계에 대한 특수성과 위험성 판단 등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의 변호사는 "법원에서 구속영장 허가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여전히 가해자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보여진다"며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면 적극적으로 구속 수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