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사람 명의로 수년간 '졸피뎀'을 처방·복용한 이른바 '명의도용 약물 쇼핑'이 끊이질 않고 있다. 본인확인 제도 시행 이후 명의도용과 대여를 통한 향정신성의약품 처방 사례가 크게 줄긴 했지만 여전히 900여건에 달했다. 철저한 본인확인과 약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타인의 명의를 도용하거나 빌려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은 건수는 의료보험 본인 확인 의무화 시행 이후인 2024년 5월20일부터 지난해까지 총 905건에 달했다.
최근 광주 동부경찰서가 간호사 출신의 40대 여성 A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주민등록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송치한 것도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수십회에 걸쳐 졸피뎀 성분의 약을 처방받아 투약해서다.
연예계에서의 대리처방도 반복된다. 앞서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대리 처방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된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은 지난 9일 항소심에서 징역 1년9개월을 선고받았다. 졸피뎀 대리처방 의혹이 불거진 가수 MC몽(신동현·47)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명의도용 약물 쇼핑은 다른 범죄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최근에 약물 운전 피해가 심각해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박미정 감정관 등 연구팀이 약물 운전 사건 1046건을 분석한 결과 피의자에게서 검출된 성분 중 55%가 의료용 마약류였고, 그중 졸피뎀이 370건으로 가장 많았다. 경찰에 압류된 졸피뎀도 2021년 58g에서 2024년 1141.2g으로 20배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치료·진료도 병행하는 방식으로 약물을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본인 확인도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다른 사람의 명의로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은 건수는 2022년 8853건, 2023년 5519건 등 수천건에 이르렀으나 본인확인 의무화 시행 이후 급격히 줄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진료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 처방 약물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