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귀를 퇴치해야 한다'며 굿판을 벌여 조카를 숨지게 한 80대 여성이 2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21일 뉴스1에 따르면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정승규)는 살인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A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죄명을 상해치사로 변경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같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자녀와 신도 등 공범 4명에 대해서도 감형했다. 이들의 죄명도 상해치사로 변경됐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최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5년부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1심에서 징역 20년에서 25년을 선고받았었다.
1심에서 살인방조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2명의 죄명도 상해치사방조로 변경돼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라며 "공소사실은 A씨가 수익을 독점하기 위해 피해자를 제거했다고 보지만, A씨는 다수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고 절박한 재정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오랫동안 무속인으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영적 능력을 신뢰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 역시 일정한 신념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 등의 상해 고의와 사망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장시간 고열의 숯을 이용한 의식을 진행해 피해자에게 심각한 화상을 입혔고, 그 결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적어도 상해의 고의와 사망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양형 이유에 대해선 "범행 수단이 매우 위험하고 결과도 중대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왜곡된 신앙에 따른 판단 아래 범행에 이른 점, 피해자 유족이 합의하고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2024년 9월 중순 인천 부평구 한 음식점에서 조카인 30대 여성 B씨를 상대로 이른바 '악귀 퇴치 의식'을 벌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가 일을 그만두고 자신의 곁을 떠나려 하자 "악귀를 퇴치해야 한다"며 숯불 등을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친인척과 신도들을 불러 B씨를 철제 구조물에 가둔 뒤 약 3시간 동안 신체에 숯불 열기를 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의식을 잃은 채 사건 당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 날 오전 화상에 따른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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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들이 신도들에게 굿이나 공양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무속을 동원한 정신적 지배, 이른바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해온 것으로 봤다.